[일하며 생각하며]최상묵/우리들의 웃음을 빼앗는 일들

  • 입력 1997년 9월 27일 20시 16분


세상에 많은 동물이 살고 있지만 그 중에서 웃을 수 있는 동물은 인간 뿐이다. 웃음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사고할 능력이 있는 동물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몸짓이기 때문이다. 웃음이란 그 사람 사람마다의 상식을 바탕으로 한 감정을 나타내는 표현이기 때문에 격조가 있고 또한 성질이 다른 여러가지 모습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생각이나 행동은 언제나 논리적이고 정연하다가도 가끔은 탈선하는 열차처럼 궤도를 순간 벗어나기도 한다. 이러한 논리의 갑작스런 탈선이 때로는 신선한 해방감을 주며 이때 나타나는 육체적 반응이 바로 웃음이다. 조물주가 우리 인간에게 만들어준 웃음이야말로 최고의 걸작품이며 고마운 선물임에 틀림없다. ▼ 웃음과 건강 함수관계 ▼ 요즈음 웃음과 건강의 함수관계에 대한 의학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머요법(Humor Therapy)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웃음은 인간의 사고의 창조성과 유연성을 증대시켜주기 때문에 모든 질병의 발생원인이 된다는 불안 근심 공포 같은 스트레스요인을 말소해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웃음은 신체 내부기관을 자극해서 진동메시지로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질병에 대항하는 활력을 강화해주어 투병하는 환자들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웃음은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함으로써 강력한 진통효과를 줌은 물론 면역체계의 활동을 왕성하게 하여 신체의 저항력을 높여준다는 이론적 근거를 발표한 논문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렇듯 웃음은 몸 전체가 즐거워지는 감동이며 이런 감동으로 인해 건강까지 증진시킬 수 있으니 인간이 이처럼 독특한 표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참된 웃음은 머리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나온다. 정신적 여유와 윤택한 마음, 너그러운 태도 등을 통해서만 웃음의 분수가 분출된다. 웃음을 좋아하고 유머의 감각을 알고 있는 사람치고 악인이 있을 수 없고, 인생에 웃음과 유머가 없으면 너무 메마르고 고단하며 힘겹고 타박타박한 행로가 될 것이다. ▼ 함량미달 정치에 실소 ▼ 이 세상에서 가장 고통받는 동물이 웃음을 만들어낸 것이라 한다. 가장 슬플 때를 위하여 웃음이 필요하고 가장 기쁠 때를 위하여 울음이 준비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우리 주변에는 흔쾌히 웃어야 할 일보다는 찌푸리고 비통해해야 할 일들이 더 많음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인가. 요즈음 우리들은 점점 웃음을 잃어가고 있다.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으려면 웃음은커녕 한숨만 푹푹 나온다. 국민이 환하게 웃을 수 있는 정책이나 비전이 전혀 보이지 않는 오리무중 속에서 하루하루를 숨쉬고 있을 뿐이다. 하기야 전직대통령 두분이 감옥에 있고 현직대통령 아들 또한 감옥에서 형의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판국에 국민이 희죽희죽 웃는 것도 큰 실례(?)가 되기도 하겠지…. 국민의 웃음을 빼앗는 정치야말로 함량미달의 정치가 아닐까. 가끔 박찬호선수의 행보에 국민의 웃음을 매달아 놓은 것처럼 수선을 떠는 것도 그나마 그것이 없었더라면 너무나 비참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의 웃음을 잃게 하는 것은 곧 국민의 건강 일부를 잃게 하는 것과 진배없다. 그러나 지금은 웃음을 앗아가는 나쁜 조짐만이 있고,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하는 일들이 허다하게 일어나더라도 달관(達觀)과 농세(弄世) 같은 운치로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최상묵<서울대 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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