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령산맥의 끝인 성주산 자락에 자리잡은 충남 보령시 폐광촌.
지난 88년까지만 해도 47개 탄광에서 전국 석탄 생산량의 13%(연간 1백61만t)를 캐던 충남 제1의 탄전지대다.
지금은 사계절 수확이 가능한 버섯촌으로 변신해 보령시의 새 자랑거리가 됐다.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로 광산업자들이 철수한 뒤 마땅히 갈곳이 없던 광원들은 궁리끝에 폐광촌을 버섯촌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제 그것이 결실을 보아 검은 석탄대신 하얀 버섯이 보령의 명물이 됐다.
대천 해수욕장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인 「창원 버섯농장」.
농장주 한창규(韓昌奎·50)씨도 20여년간 이곳 탄광에서 생활하던 광원출신이다.
농장을 이루고 있는 주요 시설은 길다란 냉풍(冷風)터널 하나와 비닐하우스 모양의 60평짜리 버섯 재배사 4개동.
터널로 들어서자 서늘한 바람이 쌩쌩 불어나왔다. 터널 벽에 붙어있는 온도계는 11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바람을 거슬러 한참 걸어 들어가자 다다른 곳이 갱도 입구.
찬바람의 출처는 바로 5㎞ 깊이로 파진 이 갱도였다.
『여기서 나오는 자연 바람은 11∼14도로 일정하지만 바깥 공기와의 온도차이 때문에 여름에는 갱 안에서 밖으로 찬바람이 나옵니다. 겨울에는 거꾸로 바깥 찬바람이 갱 안으로 들어가지요』
한씨는 이런 폐광 바람의 원리를 이용해 1년 내내 버섯 재배사 안의 온도를 버섯의 적정 생육온도인 15∼18도로 유지한다.
터널 옆구리에는 구멍이 뚫려있고 이 구멍이 재배사와 연결돼 1년내내 일정 온도의 찬바람을 공급한다는 것. 이 냉풍터널은 한씨의 재배사 4개동 외에도 12개동과 연결돼 바람을 제공하고 있었다. 버려진 갱구 1개가 16개동 9백60평 규모 버섯 재배사의 무료 냉난방기 역할을 하는 셈이다.
보령시 농촌지도소에 따르면 이처럼 갱구에서 나오는 자연바람을 이용해 재배사 한 동에서 1회 생산하는 버섯량은 6천㎏. 반면 에어컨 등 인공적인 냉방장치를 했을 때는 4천8백㎏, 난방시설을 이용했을 때는 5천㎏으로 생산량이 뚝 떨어진다.
농촌지도소의 김영운(金榮雲)계장은 『자연바람과 달리 인공시설은 온도를 맞추기가 힘들기 때문에 생산성이 뒤진다』며 『1개동 1회 생산에서 얻는 소득은 냉풍이 1천5백36만원으로 인공시설(5백25만∼9백24만원)에 비해 2배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보령의 폐광 버섯촌에서는 버려진 갱구 14개를 이용해 71가구의 농가가 1백8개의 재배사에서 매년 전국 생산량의 10% 정도인 4백98t의 버섯을 키워내 12억7천5백만원의 순소득을 올리고 있다. 가구당 순소득은 1천8백만원.
한씨의 소득은 이보다 훨씬 높다. 올해 초부터 이달까지 아내와 함께 벌어들인 순수익은 7천만원. 농장 내에 지어놓은 소박한 관광시설 덕을 톡톡히 보았다.
냉풍터널은 한여름 냉풍욕장으로 개방해 피서객들이 모였다. 터널 안에 방치돼 있던 녹슨 레일을 제거해 이곳에서 나오는 지하수를 1급수로 유지했다. 터널 밖으로 이 지하수를 끌어내 개울물처럼 흐르게 만들어 피서객들이 그늘에서 찬물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힐 수 있게 했다.
〈보령〓이진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