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유정철/백로의 떼죽음

  • 입력 1997년 10월 14일 19시 34분


경남 거제시에서 중대백로와 왜가리 2백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인근 도서 지방에 아직 생존해 있는 3백여 마리도 날거나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 모두 곧 죽게 될 것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이번 떼죽음에 대한 정확한 원인이 아직 밝혀지진 않았으나 인근 오염 배출업소에서 나온 폐수나 농약살포에 의한 오염이 그 주된 원인일 것이라고 한다. 이번과 같은 조류(鳥類)의 떼죽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따오기와 먹황새 등은 이미 우리 눈앞에서 오래 전에 자취를 감추었고 예전에 우리나라 전역에서 번식했던 황새도 이제는 간혹 겨울철새로서 우리나라를 방문할 뿐이다. ▼ 야생조류 10% 멸종위기 ▼ 현재 지구상에 알려진 야생조류는 8천6백여종. 그 중 10%가 넘는 1천종 이상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나라의 조류 4백여종 중 절반 이상이 하천 및 하구를 포함하는 습지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 특히 서해안과 남해안은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철새도래지이나 이들 습지 대부분이 임해공단으로 조성되거나 농지로 전환되고 있어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수많은 수조류들이 현재 위협받고 있다. 거제시의 백로와 왜가리 떼죽음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국적없는 철새는 인류 공동의 소유다. 우리는 철새도 보호하지 못하는 환경후진국이 될 것인가. 이번 백로와 왜가리의 떼죽음을 계기로 우리는 생물종(生物種)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생물은 과연 생존권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인정하든 하지않든 지구상의 많은 생물들은 창조이래 오랜 옛날부터 지구 가족이었다. 각 종(種)들은 생태계에서 먹이사슬을 통해 자연 조절기능을 발휘해 왔으며 건강한 자연환경 유지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그러므로 생물이 고통받는 사회는 곧 우리 인간 환경의 파괴를 상징한다. ▼ 생물보호 윤리 절실 ▼ 우리는 생물 자체가 우리와 함께 살 권리와 내재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인색한 가치기준을 가지고 있다. 물론 우리가 아무리 자연이 가지고 있는 내재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려고 노력하더라도 평가자가 사람인 이상 그 가치 기준은 항상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콜리코트(Callicott)는 인간이 사물과 생물을 보거나 느끼면서 판단할 수밖에 없는 한 인간이 내리는 가치는 비록 인간중심적은 아니라 하더라도 인류기원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성경은 모든 동물들이 신이 부여한 생존권과 내재적 가치를 가지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성경의 창세기에는 하나님이 물로 세상을 심판한 노아의 홍수사건이 언급되어 있다. 세상을 심판하기 전, 하나님은 노아에게 『너는 모든 정결한 짐승은 암수 일곱씩, 부정한 것은 암 수 둘씩을 네게로 취하며, 공중의 새도 암 수 일곱씩을 취하여 그 씨를 온 지면에 유전케 하라』고 명령하셨다. 이 말씀은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생물만 살 가치가 있다는 말씀이 아닌 것이다. 신이 창조한 모든 생물이 계속 이 세상에서 우리와 함께 살 수 있도록 보호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명령하신 것이다. 적어도 종(種) 자체가 사라지지 않게 할 의무는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이제 인간은 지구위의 모든 것을 신으로부터 위임받아 관리하는 관리자의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정복하는 지배자로서 신이 창조한 모든 생명에게 최대의 위협이 되고 있다. 건강한 자연환경을 가지기 위한 새로운 환경윤리가 필요한 시기이다. 유정철(경희대교수·한국조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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