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포탈죄 선고 뒷얘기]외국판례-논문수집 잇단 밤샘

  • 입력 1997년 10월 14일 19시 34분


김현철(金賢哲)씨의 조세포탈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함으로써 정치인들의 「떡값」명목의 정치자금 수수를 처벌할 수 있는 선례를 마련한 13일의 판결 뒤에는 밤새워 법원 도서관에서 판례를 찾았던 판사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지법 형사합의30부의 박이규(朴二奎) 유용현(柳龍鉉)배석판사는 재판이 막바지에 이른 9월부터 마치 「사법고시」를 다시 준비하는 심정으로 도서관을 뒤졌다. 사건 자체가 유례없는 독특한 사안인데다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해 돈을 받은 사람에 대해 검찰이 조세포탈죄를 적용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 이들이 수집한 국내외 판례와 논문은 모두 1백여편. 박판사는 주로 조세포탈부분의 판례를, 유판사는 정치인 등 유력인사들의 금품수수사건 판례를 모았다. 법체계가 다른 미국보다는 같은 대륙법 계열인 일본의 판례가 주로 참고됐고 판사들은 대학시절 배운 일본어 실력을 발휘, 사전을 찾아가며 밤을 새운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 결과 일본의 판례 중에서 조세포탈죄를 폭넓게 인정한 사례들을 찾을 수 있었다. 판사들은 또 현철씨측이 주장한 「목적범」의 논리를 깨야 했다. 여상규(余尙奎)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상 조세포탈죄는 위험을 알면서도 사과나무의 사과를 쏘려다 사람을 죽인 「고의범」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려고 총을 쏜 「목적범」에게만 적용된다고 주장했기 때문. 그러나 판사들은 대법원 판례에 조세포탈범이 목적범이어야 한다고 판시한 부분이 없음을 확인, 『탈세 의도가 없더라도 결과적으로 탈세를 했다면 죄가 성립한다』고 결론지었다. 〈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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