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제제일주의 정책은 한국 경제를 크게 성장시켰다. 그러나 물질만능의 경제지상주의는 정신문화를 황폐화시켜 인간성 상실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재산상속을 위한 부모 살해, 빚을 갚기 위한 어린이 유괴 살인 등의 패륜 행위는 유례가 별로 없는 일이 아닌가 한다. 이는 정신과 물질의 균형이 깨진데서 비롯된 듯하다.
경제제일주의로 한국의 인간상은 경제 동물화되어 가고 정신문화는 물질화의 뒷전에 서게 되었다. 한국의 경제는 있어도 문화는 없다.
경제문화가 미래지향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논리만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데 원인이 있다. 경제를 살려서 무엇에 쓸까. 한국경제의 위기 극복을 위해 문화경제로 시야를 넓혀야 할 때라고 본다.
일본의 경우 패전 후 온 국민이 경제 재건에 힘을 모았고 도쿄올림픽을 통해 그들이 만든 상품을 세계에 알렸다. 그 후에는 예술문화를 통해 상품의 우수성을 보장받으려는 전략을 세웠다.
이들은 맹렬한 문화예술 활동으로 현마다 국제적 규모의 미술관을 짓고 세계 각국의 유명문화재(미술품)를 수집해 국립 현립 시립미술관에 진열하였다. 일본 국내 문화재도 구매, 외국 유명미술품과 나란히 전시하여 일본 미술의 대등함을 과시했다. 동시에 국내 문화재는 국가에서 관리하며 국외로 활발히 반출 소개하여 문화진흥에도 일조하였다.
이런 문화사업과 더불어 일본 공산품의 질적 신뢰도를 문화재를 담보로 홍보하는 이중의 효과를 얻어내고 있다.
프랑스는 그들의 문화유산을 창출하기 위해 국가적 영웅(예술)을 만들어 왔고 정신문화의 보고를 만들기 위해 로댕 피카소 등의 이름을 붙인 국립미술관을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대만도 근대미술가 장대천 황군벽 등의 기념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전후 프랑스를 문화대국으로 만든 드골정부의 문화부장관 앙드레 말로는 『순수예술은 국민적 에너지로 키워야 한다. 대중예술은 자생한다. 순수예술문화를 국가가 보호 육성해가면 저질화되어 가는 대중문화예술은 자정해 간다』고 했다.
문화 선진국들은 정신문화와 예술을 조화시켜 문화경제로 방향을 전환해 가고 있다.
예술문화는 민족의 정신이며 삶이고 문명의 원천이다. 21세기에는 한국에 민족의 혼이 깃들인 예술문화의 영웅도 만들고 김홍도미술관 등도 만들 수 있는 문화대통령이 나오기를 바란다.
이경수(홍익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