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신석호/히로뽕과 「피고 변호사」

  • 입력 1997년 10월 21일 19시 57분


『피고인의 직업은 무엇인가요』 『변호사입니다』 21일 오전 서울지법 317호 법정. 내연의 여인과 함께 히로뽕을 상습 투여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신용국(辛容國·44)현직 변호사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피고인석에 선 신변호사는 직업을 묻는 판사의 질문에 당황한 듯 말끝을 흐렸다. 그는 변호인석에 앉아 피고인을 변론하던 과거를 회상하기라도 하는 듯 가끔 고개를 들어 변호인석과 판사석을 응시했다. 이날 신변호사의 변론은 그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윤용호(尹容鎬)변호사가 맡았다. 윤변호사는 『10여년간 변호사로 성실히 살아온 신변호사가 이번 사건으로 모든 사회적 명예와 지위에 타격을 입고 변호사 휴직계도 냈다』며 재판장에게 선처를 호소했다. 신변호사가 구속된 것은 지난 9월. 그는 92년부터 관계를 가져온 안모씨(27·여)와 2월부터 호텔 등지에서 30여 차례에 걸쳐 히로뽕을맞다가현직변호사로는 처음으로 마약혐의로 구속됐다. 이날 신변호사와 함께 법정에 선 안씨는 『신변호사는 처음에는 히로뽕을 거부했지만 내가 현실의 아픔을 모두 잊을 수 있다며 권했다』며 『신변호사와 그의 가정에 피해를 줘 죄송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검찰은 신변호사의 처지를 감안한 듯 공소사실을 일일이 낭독하지 않고 『공소장을 읽어보았지요.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합니까』라는 질문으로 신문을 대신했다. 신변호사와 안씨가 모든 혐의를 시인하자 공판은 20여분만에 끝났다. 검찰은 논고문 낭독을 생략하고 이들에게 징역 3년씩을 구형했다. 오천석(吳天錫)판사는 검찰과 변호인의 신문을 착잡한 표정으로 지켜보다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나 신변호사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고개를 숙인 채 『할 말이 없습니다』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법정을 떠났다. 〈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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