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비자금수사 유보]大選이후 수사 이뤄질까?

  • 입력 1997년 10월 21일 19시 57분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이 21일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의 비자금 의혹 고발사건 수사를 유보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15대 대선 후 이 사건을 포함, 불법적인 정치자금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것인지 주목된다. 김총장은 이날 「수사유보」가 「수사포기」는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발표 직후 기자들에게 『대통령 당선자라도 필요하면 수사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며 대선 후의 수사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김총장의 「의지」는 여러가지 조건이 전제된 것이어서 진짜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기에는 부족했다. 그는 「15대 대선이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국민공감대가 모아질 때에는」 즉시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수사도 「필요하면」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취재기자 간담회에서 그는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수사의지와 관련해 좀더 분명한 의중을 드러냈다. 『국민적 공감대가 모아지면 정말 수사할 것이냐』는 질문에 김총장은 『그 부분에는 후보들에 대한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다』며 『선진 일류국가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과거지향적인 검찰보다는 미래지향적인 검찰이 돼야 한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한다』고 비켜갔다. 「수사연기」라는 표현 대신 「수사유보」라는 표현을 쓴 것도 주목되는 부분. 「연기」는 수사는 하되 그 시기를 미룬다는 뜻이고, 「유보」는 수사여부에 대한 결정을 미룬다는 것이다. 검찰관계자들은 그러나 대선이 끝나면 수사여부 결정이 지금보다는 훨씬 덜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검찰내부에서는 수사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 것도 사실이다. 대다수 검사들이 「수사불가론」을 폈지만 일부 검찰간부들은 검사로서의 「소신」과 후보자들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수사착수를 주장하기도 했다. 김총장이 수사유보 방침을 내부적으로 지시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도 이같은 검찰 분위기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선 후에는 검찰의 속성상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기는 쉽지 않고 그런 상황에서는 검찰총장도 유보된 결정(수사불가)을 쉽게 관철할 수 있으리라는 것. 설사 수사가 이뤄져도 정치권의 「고해」를 전제로 기소유예결정을 내리는 등 정치적으로 봉합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검찰관계자들은 전망했다. 〈이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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