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학렬/침대 스프링은 부식하지 않는다

  • 입력 1997년 11월 1일 09시 13분


최근 신문광고와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침대 스프링의 부식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부식에 대해 거의 무관심하다시피 해온 우리 사회에서 이 문제로 인해 논란이 있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번 논란을 통해 부식에 대한 잘못된 지식이 이에 대한 무관심보다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도금하지 않고 인산염처리하여 사용하고 있는 침대 스프링은 실내 환경에서 크게 녹슬지 않으며 인체에 피해도 끼치지 않는다. 보통 강(鋼)은 상대습도 60% 이하의 환경에서는 부식을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 이 습도값을 임계습도라 한다. 실내환경에서 쾌적한 상대습도는 대략 50% 정도이며 실제 실내환경은 이보다 더 낮은 상대습도를 유지한다. 더욱이 침대 내부에는 방습소재 및 장치가 있어 상대습도는 더 낮아진다. 또 침대 스프링은 여러 내장재로 봉합되어 있기 때문에 먼지가 쌓일 가능성이 적어 그만큼 습기의 부착이 어려워진다. 따라서 실내환경에서 스프링 강은 부식을 거의 일으키지 않는다. 대신 이러한 환경에서는 금속표면에 대단히 얇은 산화피막이 생성된다. 이 산화피막은 쉽게 용해되지 않고 기공이 적으며 소지금속과의 흡착성이 우수하여 본래 금속으로부터 쉽게 분리되거나 떨어져 나가지 않아 부식이 더이상 진행되는 것을 막아준다. 이를 보호산화피막이라 일컫는다. 따라서 녹슨 침대 스프링이니 인체에 해로우니 하는 이야기는 사실상 이치에 맞지 않는다. 물론 침대가 비를 맞거나 침대 안으로 물이 여러 차례 스며들어가는 등 상대습도가 높은 환경에 노출되는 경우 부식이 발생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실내환경에서 침대 스프링은 부식문제를 야기시키지 않는다. 부식이 문제가 되지 않는데 굳이 공해를 유발시킬 가능성이 있는 아연도금을 하고 그 표면에 다시 크롬산염처리를 하여 인체 유해의 위험성을 가중시킬 필요가 없다. 부식이 문제가 되는 것은 각종 교량 건축물 상하수도관이다. 이러한 구조물을 설계하고 유지하는데 있어서는 부식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있어야 하고 이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침대 스프링의 경우에는 부식문제를 잊어버려도 된다. 이제 부식문제를 전혀 걱정하지 말고 잠자리에 들기 바란다. 이학렬 (해군사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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