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개발붐이 전국을 휩쓸고 있다. 81년만 해도 전국에 15개소밖에 없었던 온천은 불과 16년만에 2백50여개로 불어났다.
서울에서도 지난해말 성동구 광장동 워커힐호텔일대가 온천지구로, 서초구 양재동 24일대가 온천공보호구역으로 각각 지정됐다. 경기 이천과 포천신북 등 두곳은 온천이용허가가 나 영업중이고 화성월문 포천덕둔 김포약암 등 세곳은 개발계획승인이 난 상태다. 또 파주축현 등 10개소는 온천지구지정절차를 밟고 있으며 수원권선 등 17개소는 온천신고가 수리돼 본격개발을 앞두고 있다. 이같이 온천개발이 늘어나자 전문가들은 마구잡이식 온천개발에 따른 자원낭비와 국토훼손 환경파괴 등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온천수를 무리하게 퍼올려 과거 유명했던 온천 가운데 상당수가 온천의 효능이 거의 떨어진 단순천으로 변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또 온천을 개발하다 실패, 방치해놓은 폐공은 지하수 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으며 온천개발 명분으로 산림이 훼손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기에다 공식으로 온천지구지정을 받지 못했으면서도 온천영업을 하는 불법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변칙영업시비에 휘말려 있는 경기 포천군 일동면 화대리 유황온천은 주말이면 8천여명이 찾는 명소. 온천합격판정을 받고 건축허가 준공 영업허가 등을 받았으나 아직까지 지구지정을 못받았다. 온천명칭을 사용할 수 없자 「유황」자를 지우고 「일동용암♨천」이라고 눈가림식 간판을 내걸고 있다.
경기 화성군 팔탄온천의 경우 온천지구내에 건축허가를 받지 못하자 지구밖에 대중목욕탕을 지어 변칙영업을 하고 있다.
이밖에 경기 양평용암 김포약암 포천일동과 경북 포항신광, 충북 충주문강온천 등은 온천수이용허가를 받지 못하자 합격판정을 받은 온천공 근처에 관정을 파 지하수를 끌어올려 영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온천법은 성분규정 없이 온천을 「지하로부터 용출되는 섭씨 25도이상의 온수로 그 성분이 인체에 해롭지 않은 것」「하루 채수량 3백t이상일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굴착기술의 발달로 5백m만 파내려가면 평균 24.6도의 물이 나오고 10m를 파내려갈 때마다 0.25도씩 올라가 자본력만 갖추면 법에 따른 온천을 개발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온천업자들은 『우리나라에서 평생 온천개발을 두번 할 수 없다』고 얘기하고 있다. 법규정을 지키면서 온천개발을 하려면 10∼15년 걸리는 것이 보통이라는 설명이다. 지하수관리체계가 건교부 환경부 광역 기초단체 등으로 복잡한데다 관련법규도 자그만치 80여가지나 되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다소의 편법은 불가피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불법영업 못지않게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과장광고. 단순온천을 암예방과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게르마늄온천이라고 선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즉 집근처 목욕탕과 별반 다름없는 온천을 수많은 사람이 찾고 있는 경우도 많은 셈이다.
한국자원연구소 배두종(裵斗鍾)책임연구원은 『온천을 단순히 「특별한 목욕탕」으로 볼 때는 지났다』며 『대체의학의 한 분야로 설정해 국민건강 증진과 환경보호 개발효율 등을 감안한 관련법개정과 인식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종희·이헌진기자〉
▼ 선진국에선 어떻게 하나
세계적으로 온천이 발달한 지역으로는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핀란드 등 유럽지역과 일본 등이 꼽힌다. 이들 나라는 온천의 기준으로 수온뿐만 아니라 특이성분 함유량을 특히 중시하고 있다. 또 자연용출되는 온천인 경우가 많아 하루 채수량과 면적 등에 관한 온천개발 규정은 없다.
유럽의 경우 성분을 엄격하게 규정, 대부분 온천이 병 예방 및 치료 등 의료용으로 쓰인다. 이에 따라 각 대학에는 온천전문과정이 있으며 의사자격 국가고시를 통과하려면 온천의학을 배워야 한다. 또 온천은 채수량에 관계없이 자연적으로 땅에서 용출되는 것으로 한정, 굴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2백년 전 온천수로 전쟁부상자를 치료, 온천병원을 세웠던 독일은 특이성분에 따라 온천을 9종류로 나눠 병을 예방하는 보양온천과 치료하는 치료온천으로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 온천의 90%를 국가가 관리하며 전국 2백80여곳에 세워진 온천병원에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온천요법을 할 경우 의료보험이 적용된다.
이탈리아 헝가리 스위스 등도 독일과 비슷하다.
전국 2천5백여곳에 온천이 있는 일본의 경우 수온이 섭씨25도 이상이거나 유황 탄산 중탄산 등 19개의 특이성분 가운데 한개라도 일정기준치 이상을 함유하면 온천개발이 가능하다. 개발절차 역시 성분검사를 통과하면 되는 등 간단한 편.
일본의 온천은 인체에 유익한 특이성분을 많이 포함한 특이천이 전체의 60%이상으로 관광 및 휴식공간뿐 아니라 각종 질병의 치료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헌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