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겨울의 길목인 입동을 전후해 석양 하늘에 대형을 그리며 무리지어 날아가는 기러기떼의 모습에서 누구에겐가로 향하는 그리움이나 향수같은 서정을 느끼게 된다.
철새들이 펼치는 화려한 군무를 즐기며 이들의 생태 관찰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 환경보전의 중요성,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는 탐조(探鳥)여행의 계절이다. 삭풍의 갈대숲을 딛고 서서 국경을 초월하여 먼 시베리아로부터 날아온 희귀조 두루미와의 만남, 수천 수만마리 철새떼의 평화로운 유영이나 힘찬 비상.
탐조활동은 이렇다 할 야외활동이나 자연학습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움츠러들기 쉬운 겨울철에 알맞은 청소년의 여가활동으로 여겨진다.
해마다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1백10여종이 10월말경부터 찾아든다. 이듬해 3월경까지 머무는 겨울철새는 60여종의 여름철새에 비해 종(種)과 개체수가 풍부하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조금 늦게 찾아오는 느낌이나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들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진객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환경오염의 가속화와 무분별한 개발, 밀렵 남획 등으로 서식환경이 악화되면서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들이 해마다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우리나라 야생조류의 대부분은 하천 호수 해안 하구 등 습지에 서식하는데 해안 습지가 개발 명목으로 농지 임해공단 택지 등으로 대거 조성되면서 야생조류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얼마전 거제에서 일어난 백로 왜가리의 떼죽음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계절에 따른 철새의 종은 우리들 인간의 이정표이자 소중히 보호해야 할 천연자원이다. 새들의 날갯짓과 노랫소리가 없는 세상이란 곧 사람도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을 의미한다. 저들이 살아가는 터전을 지켜주고 보호하는 일은 바로 우리의 쾌적한 환경을 가꾸는 일이다. 자연생태계는 생명환경의 건강도를 그대로 반영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철새보호를 위해 제도적인 보호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철새 도래지의 「계절임대」 방식을 통해 야생조류에 의한 농민의 피해를 보상하면서 세계적인 관광생태지를 조성한 일본 이즈미(出水)의 두루미 보호지역이 좋은 보기다.
우리나라도 세계 유수의 두루미 도래지인 철원평야 등 유명 철새도래지를 생태(조류)공원화할 것을 제안한다. 공원화에 따른 농민피해는 입장료로 보상해주는 한편 지속적인 먹이 주기, 관찰로 지정, 조망대 설치 등 보호대책을 체계화해야 한다.
임채수(서울천일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