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의 「본업」이 화재진압에서 구조 구급으로 바뀌었다.
「화재신고는 119」라는 표어가 옛말이 될 정도다. 119 구조활동을 소개하는 TV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119를 구조 구급활동만 하는 곳으로 알고 있는 어린이도 많다.
통계를 봐도 119활동에서 화재진화보다 구조 구급출동 비중이 훨씬 높다. 올 10월까지 서울에서 119구급대를 이용한 응급환자는 10만5천여명으로 하루 평균 3백45명이 구급대 신세를 졌다. 반면 화재출동건수는 5천5백90건으로 지난해보다 10%이상 감소했다.
119가 각종 재난관리의 중추조직으로 위상을 정립하게 된 계기는 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5백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참사현장에서 119요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작업해 수많은 인명을 구조해 냈다.
그러나 가스폭발 건물붕괴 등 도시형재해가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119의 구조 구급작업을 보다 현대화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나 많다.
먼저 예산문제. 119 구급 구조대에 배정된 내년도 예산은 7억1천6백만원에 불과하다. 기본장비 몇점을 구입하는데도 빠듯한 정도여서 현대식 첨단장비 구입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 때문에 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심전도기 등 첨단시설을 갖춘 구급차량조차 없을 정도다.
여기에다 부족한 예산으로 소방본부에는 구조 구급대를 지원할 의사가 한명도 없다. 이 때문에 중상자까지도 출동요원의 자의로 응급처치한 뒤 병원으로 후송하고 있는 실정이다.
위급환자의 경우 최초 몇분이 회생여부를 판가름하기 때문에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는 경미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유무선으로 의사의 지시를 받아 환자를 응급처치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지시를 해줄 의사가 없다는 얘기다.
또다른 문제는 구급 구조대에 필수적인 발신자추적장치가 없다는 점. 긴급상황에서 119 신고를 할 경우도 신고자가 상황실요원에게 일일이 위치를 가르쳐줘야 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119대원의 현장 도착시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농아자 어린이 외국인 노약자 등 의사표현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 신고했을 때는 출동이 더욱 어려워진다. 장난전화가 걸려오더라도 전화 건 위치를 파악해 처벌할 방법이 없어 허위신고로 인한 헛걸음질수는 날로 늘고 있다.
이런 서울시소방본부의 현실은 국내 처음으로 내무부에 의해 긴급구조기관으로 지정된 「삼성3119구조단」과 비교해보면 금방 드러난다.
삼성구조단의 경우 각종 재난 재해에 전천후로 대처할 수 있는 헬기 구조공작차 등 첨단장비와 의료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구조공작차에는 발전설비 조명장치 CCTV 모니터 등과 함께 생존탐지기 수색장비 절단파괴장비 열화상카메라 등 수백종의 첨단장비가 실려 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시민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구조 구급분야에 대한 질적 향상을 꾀하기 위해 과감한 예산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영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