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가을하늘을 서울에서 보기가 쉽지 않다. 높고 푸른 가을하늘을 자랑스러워했던 일은 이제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각종 오염물질이 두꺼운 층을 이뤄 파란색은 희뿌연색으로 대체돼버렸다.
서울의 대기오염 정도가 예사롭지 않다. 통계만 보더라도 올 여름 모두 19차례나 오존주의보가 발령됐고 시정장애 일수도 사흘에 하루 꼴이었다. 런던형 스모그가 아니라 「서울형 스모그」라는 새로운 조어도 생겨났다.
환경부는 최근 서울에서 평생 살 경우 자동차 배출가스에서 나오는 각종 발암물질로 10만명당 최대 1천4백명이 공해암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서울 시민들의 삶을 짓누르는 가장 심각한 요소로 대기오염 문제가 떠오른지는 이미 오래됐다.
대기오염원의 80%이상은 자동차 배출가스. 이 가운데 버스 트럭 등 20%밖에 안되는 경유차량이 내뿜는 오염물질이 그 절반을 차지한다.
자동차 오염물질 중 질소산화물과 오존오염도는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오염물질이 계속적인 차량증가로 줄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10월말 현재 서울의 자동차등록대수는 2백24만여대. 2000년이면 3백40만대로 늘어나고 이에 따라 오염물질도 연 34만여t에서 62만여t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기관의 추정이다.
환경전문가들은 『이제 대기오염을 경제논리로만 풀거나 예산타령만 할 단계는 지났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대기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제작단계부터 운행중 검사 단속 등 각 단계마다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먼저 차량제작 때 배출기준을 강화하고 운행단계에서는 리콜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 또 자동차안전위주로만 돼 있는 검사제도를 선진국처럼 배출가스 위주로 바꾸고 건설교통부가 갖고 있는 권한을 환경부나 지방자치단체로 넘겨야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업계의 로비와 부처이기주의 등으로 그동안 실시가 어려웠던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대기오염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지 않는 한 문제를 풀기는 요원하다고 볼 수 있다.
서울시 환경기획관 양대웅씨는 『자동차 정비검사 권한이 서울시로 이양되면 질소산화물 검사를 추가하고 수시검사를 강화해 오염원을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환경기술연구소 윤명조소장은 『대기오염은 교통시스템을 지하철이나 무공해 차량으로 바꾸는 노력과 함께 정부나 기업 시민 모두가 관심을 쏟아야만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양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