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강한균/꽃선물 생활화 화훼 경쟁력 높이자

  • 입력 1997년 12월 24일 08시 07분


미국 연방수사국(FBI) 보고서에 의하면 꽃을 보는 사람의 범죄율이 꽃을 보지 않는 사람에 비해 15∼20% 낮다고 한다. 서울올림픽 전후 3개월간 우리 나라에서는 성화봉송로를 중심으로 한 전국의 화단조성으로 범죄율이 절대적으로 감소했다고 일본 경시청이 발표한 적도 있다. 이를 근거로 일본에서 범죄율이 가장 높은 오사카에서 지난 90년 국제화훼박람회를 개최한 결과 범죄발생률이 평소의 5분의1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이처럼 정서 친화적이고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는 꽃을 재배해온 생산자들은 다른 농산물과는 달리 지금까지 수입개방에 따른 문제로 크게 골치를 앓지 않았다. 주된 원인은 꽃에 대해 부과되는 수입관세가 25% 정도로 선진국의 무관세에 비해 높은데다 통관제도가 엄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까지 외국 화훼류 수입에 따른 피해가 없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 시장 개방속도가 빠른데다 저렴한 동남아산과 질높은 네덜란드산의 개방파고를 감안한다면 방관할 수만은 없는 때다. 네덜란드는 세계 꽃수출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 나라의 꽃생산량은 연평균 약 10%씩 증가하고 있으나 소비 증가율은 약 2%에 그쳐 과잉생산에 따른 화훼농가의 몰락이 우려되기도 한다. 꽃은 일반 식용 농산물과는 달리 눈으로 보고 코로 느끼는 상품이다. 식용 농산물은 소비규모가 일정량을 넘어서면 수요가 정체되는 경향이 있으나 꽃은 소득탄력성이 매우 높아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소비는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화훼수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신품종 개발, 유통시설 개선, 정부지원 등 생산측면에서의 노력이 무엇보다 절실하겠지만 꽃 소비라는 수요측면에서의 노력도 필요하다. 가급적 낭비성 꽃소비를 지양하고 생활용 소비를 권장해볼 만하다. 꽃에 대한 대량수요가 있으면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격인하가 가능하고 수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꽃다발 가격 인하는 여성소비자 및 학생층의 수요를 크게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꽃 소비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남의 집이나 기관을 방문할 때 꽃 선물을 생활화하도록 캠페인을 벌이자. 이와 함께 지방자치단체는 도로를 꽃으로 단장하여 꽃 정서를 확산시키고 범죄발생률도 줄이도록 하자. 꽃을 통한 국민정서의 순화는 또 다른 사회간접자본이 될 수 있다. 강한균(인제대 인문사회 대학장·무역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