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살 된 딸아이를 둔 주부다. 딸아이가 다니는 미술학원에서는 두달에 한번씩 어린이들을 위한 생일잔치를 마련하고 있다. 11월생인 딸아이는 지난해 친구들로부터 생일선물로 연필 지우개 등을 받아 왔었다. 또래의 선물치고는 약간 부담스러운 연필깎이도 받았다.
이달의 생일잔치는 나라의 경제도 어려운데 마지막 선물이고 해서 기념이 될만한 게 없을까 이모저모 궁리하게 됐다. 그러다가 문득 심이 떨어져 못쓰게 된 볼펜을 보관해두었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그래 그거야』 하고 손바닥을 쳤다. 다행히 11월12월에 생일이 든 아이는 딸을 포함해 3명이었다. 볼펜대를 꺼내 예쁘게 다듬어 끼워 넣은 몽당연필을 선물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심 걱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풍요롭게만 자라온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하지만 학부모와 선생님을 믿기로 했다.
딸아이는 처음 보는 몽당연필이 신기한지 요모조모 돌려보고 잡아보기에 바빴다.
『엄마, 우리도 이제는 모든걸 아껴써야 한대. 외국에서 얻어쓰는 거라고 선생님이 그러셨어』 하며 마냥 즐겁고 흐뭇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엄마. 이 연필 나는 괜찮은데 친구들이 웃으면 어떡하지』
『선물은 정성이 중요하니까 우리 예쁘게 포장해보자』
색종이로 꽃을 접어 예쁘게 포장을 해놓으니 그럴싸했다.
생일잔치가 열린 날 딸아이는 생일을 맞은 두 친구에게 몽당연필을 선물했다. 그런데 저녁을 먹고 나니 전화가 왔다. 딸아이 친구의 어머니였다.
『우리 아이에게 정말 소중한 선물을 보내주어서 고맙습니다』 하며 다음에 꼭 한번 만나자고 한다. 엄마가 흐뭇해하는 모습을 보더니 딸아이도 『엄마 만세』를 외쳤다.
딸아이는 앞으로도 친구들에게 몽당연필을 선물할거라고 한다.
「그래, 너도 몽당연필처럼 소박하고 검소하게 자라다오」 하고 속으로 조용히 기원해본다.
김숙희(서울 노원구 상계8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