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몸으로 금은방을 경영하며 자립의 의지를 불태우던 30대 소아마비 장애인이 전재산을 털려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빨리 나와보세요. 가게 셔터가 열려 있어요』
23일 오전 6시반경 서울 성북구 정릉1동 금은보석점 「고명사」 주인 함승수(咸承洙·38)씨는 동네주민이 다급하게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목발에 온 몸을 의지하며 집에서 10여m 떨어진 가게로 허겁지겁 달려간 함씨가 본 것은 「절망」이었다.
전날 밤 굳게 잠갔던 가게 셔터와 유리문의 자물쇠가 완전히 부숴져 있었고 진열대 2개에 가득했던 순금 목걸이 등 시가 1억여원어치의 귀금속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
『2년 전 가게를 새로 단장하면서 8천만원 정도의 빚을 졌어요. 매달 빚갚기도 어려워 도난경보장치를 달거나 보험에 들 형편도 못됐어요』
첫돌도 안돼 소아마비로 두 다리를 못쓰게 된 함씨는 고교 2학년 때 학업을 포기하고 시계수리점에서 기술을 배우며 자활의 꿈을 키워왔다.
80년대 초 어렵게 작은 점포를 마련해 「고명사」란 간판을 단 함씨는 허기진 배를 밥 대신 물로 채우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91년 역경을 딛고 배모씨(41)와 결혼했고 잘생긴 아들(5)도 얻어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몇년만 더 고생하면 빚을 모두 갚고 전셋집 생활도 끝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혹시 경찰에서 연락이 온 것이 아닐까」 하고 수화기를 집어들곤 하던 함씨는 동네주민들의 위로와 격려에 끝내 눈물을 떨궜다.
〈부형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