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암투병 박경화씨，의사고시 수석 『인간승리』

3차례에 걸친 대수술, 20여차례의 입퇴원…. 극심한 고통과 절망도 치열한 생명의지와 향학열을 꺾지는 못했다. 암과 투병하던 여의학도가 97의사국가고시 수석합격을 차지했다. 3천1백77명이 응시한 올해 시험에서 4백40점 만점에 3백92점을 받은 고려대 의대 본과4학년 박경화(朴京花·25)씨가 화제의 주인공. 『종양학을 들으며 의학도로서의 길을 다짐하고 있던 그 때 저 자신도 암에 걸려 있었습니다. 난소암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는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절망하기도 했습니다』 박씨는 94년 3학년1학기 기말고사를 앞두고 하복부에 통증을 느껴 진료를 받았고 이후 1년반 동안 휴학하며 긴 투병생활에 들어갔다. 절망했던 박씨에게 생명의지를 불어넣은 것은 가톨릭신자로서의 신앙과 의학도로서의 이성적 지식. 『투병중인 시간도 내 삶의 일부이므로 결코 허송세월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삶에 대한 뜨거운 소망을 느낀 후 긍정적이고 겸손한 자세로 치료를 받았습니다. 현대의학의 성취에도 일말의 기대를 걸었습니다』 박씨는 이후 항암제의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스스로 모색하기 시작했고 다시 학교에 복학, 매일 오전 7시부터 밤11시까지 학교와 도서관을 오갔다. 『특별히 다른 공부법은 없었습니다. 열심히 하고자하는 생각뿐이었어요. 수석이라니 송구스럽습니다』 박씨는 그동안의 투병생활로 최근 거의 완치단계. 내년 2월 졸업 후 인턴과정에 들어간다. 『앞으로 내과를 전공해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진료활동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환자로서의 체험을 살려 오래오래 환자들에게 필요한 의사가 되겠습니다』 〈이원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