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홍원식(洪源植)사장의 집무실을 찾은 사람들은 눈을 비비고 다시 둘러보게 된다. 국내 굴지의 유업체 대표가 쓰는 방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서다.
집무실에는 홍사장의 책상 한개와 4인용 소파가 전부다. 책상은 20년간 쓰던 게 하도 낡아 3년전 바꾼 것. TV나 비디오도 없고 카펫도 깔지 않은 맨바닥이다. 천장에 걸려 있는 형광등 불빛도 다소 어둡다는 느낌이다.
비서실도 따로 없다. 입구에 전화를 받는 여비서 한명만 있을 뿐이다.
“너무 좁다고요? 이 정도면 일하는 데 아무 지장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겉이 아니라 속이 아닙니까.”
홍사장의 경영철학은 회사 곳곳에 배어 있다. 2천5백명의 직원에 연매출액 5천억원을 바라보는 남양에는 부사장 전무도 없다. 임원은 불과 8명. 대신 돈을 쓸 데에는 과감히 쓴다. 학자금보조 등으로 직원들 사기를 올려줘 이직자가 거의 없다. 대리급만 되면 아파트와 승용차가 나온다. 이런 ‘내실경영’이 창업 이후 20여년간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는 착실성장의 밑바탕이 된 것이다.
〈이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