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체제라는 거대한 파도를 헤쳐 나가려면 근로자와 회사가 같은 배를 탔다는 공감대를 갖고 고통을 분담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새해를 맞은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롯데제과(사장 김규식·金奎式·63) 노사는 2일 서로 굳게 손을 잡고 새해의 각오를 다졌다.
설탕과 밀가루 등 제품원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이 회사는 환율폭등으로 비용부담이 크게 늘었다. 제품 생산량도 지난해 12월 이후 전년의 같은 기간보다 40%나 줄었다.
롯데제과 노사가 예정에 없던 노사협의회를 열어 고용안정과 고통분담에 전격 합의한 것은 지난달 26일.
노조가 먼저 올해 단체협약의 무교섭을 선언하고 고통분담을 자청했다. 단협 무교섭은 노조 설립 30년만에 처음있는 일.
매년 회사가 노조원과 관리직 등 80명을 선발해 보내던 단기 해외연수도 올해에는 노조 스스로 포기했다.
노조의 자발적인 고통분담 노력에 회사측도 “감원은 하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대신 자연감소 인원을 충원하지 않고 연장근무와 특근 등을 엄격히 시행하겠다며 노조의 이해를 구했다.
홍완기(洪完基·61)생산본부장은 “노조도 위기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고생을 조금씩 분담하자”며 “앞으로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에 노조가 적극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김갑삼(金甲三·52)노조위원장은 “1천여명의 노조원도 작업물량이 줄면서 회사가 어렵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노조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자발적으로 나서서 하겠다”고 다짐했다.
노조는 우선 비용절감을 위해 생산현장에서 파과(破菓)줄이기와 포장제 손실줄이기 운동 등을 적극 벌일 계획이다.
현재 작업중 파과로 연간 30억원, 포장제 손실로 20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노조원들은 감원 공포를 던 대신 무급휴일이 늘고 잔업이나 특근이 줄어들면서 임금이 줄어드는 것을 어느 정도 감수할 생각도 하고 있다.
롯데제과측은 “노사가 합심한다면 충분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며 “감원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회사도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양기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