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법조인인 사법연수원생들의 진로선택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법연수원(원장 가재환·賈在桓)이 2월 연수원을 수료하는 27기 연수원생 3백15명의 희망직종을 조사한 결과 성적우수자 가운데 검사 희망자는 줄어든 반면 대형 법률회사(로펌)를 선호하는 연수원생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사법시험성적과 연수원성적을 합한 종합성적이 1백위 안에 드는 연수원생 중 검사희망자는 지난해의 절반인 서너명에 불과했다.
성적우수자 1백명 중 군법무관으로 근무할 40명을 제외한 나머지 60명 중 45명이 판사를 희망했다.
이와 함께 연수원 성적 2위인 심희정(沈希靜)씨가 법률회사 ‘세종’을 선택한 것을 비롯해 성적우수자 10여명이 로펌 근무를 희망했다.
대상을 성적우수자 1백50명으로 확대하면 로펌을 선택한 사람은 지난해의 두배에 가까운 20여명으로 성적우수자의 진로가 지금까지의 판사 일변도에서 판사 및 로펌으로 바뀌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바탕에는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맞아 외국인투자 기업인수합병(M&A) 등이 활발해질수록 기업에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로펌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전체성적 21등으로 ‘세종’에 입사한 강율리(姜栗里·26·여)씨는 “앞으로는 판검사 경력보다 경제관련 전문지식이나 기술이 훨씬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며 “2년 동안의 해외유학을 통해 국제통상이나 지적소유권 전문변호사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연수원생들의 검사 기피가 심화한 이유를 영장실질심사제 도입 이후 실질적인 구속권한이 상당부분 법원으로 넘어가면서 생긴 ‘사법권력 이동’에도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연수원 관계자는 “2년간 ‘판사보’로 근무해야 하는 ‘예비판사제’가 올해부터 도입되면서 판사 지원을 꺼린 성적우수자들이 검찰 대신 로펌으로 몰려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법조인은 “현정부하에서 사정(司正)이 최대 과제여서 검찰의 인기가 상당히 회복됐지만 앞으로는 경제난 극복이 절체절명의 과제여서 검찰희망자가 줄어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형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