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기관 내부에서 일부 직원의 횡령사건이 잇따르자 회사측이 직원의 동태를 감시하는 현상이 빚어져 가뜩이나 어깨가 처진 금융종사자들을 서글프게 하고 있다.
일부 은행과 증권사 종금사는 지점장을 통해 ‘의심스러운’ 직원의 사생활을 파악토록 하는가 하면 여권까지 ‘압수’해 스스로 직장내에 불신 분위기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최근 금융사고를 당한 모 은행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주식투자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 갚아야 할 대출금 규모나 보증을 서준 사례가 몇건이나 되는지 등 사생활에 관한 사항을 각 지점장이 파악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 은행은 직원의 친인척 중 부도를 낸 기업인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하라고 지점장에게 지시해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증권사들은 최근 아무런 연락도 없이 출근하지 않은 직원의 명단을 파악, 집으로 연락하거나 해외 출국 여부를 체크하느라 소동을 겪고 있다.
증권사 중에는 부도가 났거나 적자가 큰 업체의 주식을 관리하고 있는 직원을 ‘요주의 인물’로 특별관리하고 혹시라도 해외로 도피할 것을 우려해 직원의 여권을 회수하는 경우도 있다.
모 증권사 직원 이모씨(35)는 “최근 부장이 여권을 갖고 있는 사람은 가져오라고 한 뒤 ‘상황도 좋지 않고 불미스러운 일이 많이 일어나니 이해해 달라’며 여권을 회수해 비감한 생각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현금자동지급기에서 10억원을 인출, 해외로 도주한 기업은행 중화동지점 이계상(李啓尙)과장은 여권을 은행에 회수당한 상태에서 동생여권을 갖고 출국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로 영업정지위기에 몰린 종금사에서는 회사측 보증으로 대출을 받아 ‘자사 주식’을 대거 매입한 사람이 특별관리 대상이 되고 있다.
40만∼50만원씩 대출이자를 물으며 매입한 수천만원대의 주식이 회사가 문을 닫게 되면 휴지조각으로 변할 가능성이 많아 파산 위기에 처한 직원이 사고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추측 때문.
증권사들은 깡통계좌가 된 고객의 신용대출분에 대해 담당직원이 현금 회수를 하지 못하면 퇴직금 중간정산 등을 통해 책임을 지게 하고 있어 직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은행 관계자들은 “제도나 감시만으로 내부의 금융사고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회사와 직원이 서로 믿고 신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승훈·권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