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리텍사스 윤락실태]윤락녀 15명중 12명이 10대

  • 입력 1998년 1월 10일 20시 40분


“하루하루가 너무 지겹고 힘들었어요. 장사 못한다고 언니(포주)한테 맞는 것도 싫었어요. 그렇다고 도망갈 수도 없고요. 하지만 이젠 후련해요.”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있는 속칭 ‘미아리 텍사스’에서 최신식 서비스로 유명해진 윤락업소 ‘꿈의 궁전.’ 그러나 이 ‘궁전’에서는 김모양(15) 등 어린 10대 소녀들이 이름도 모르는 어른들의 쾌락의 도구로 짓밟혔다. 꿈의 궁전은 9일 검찰이 건물주인 윤정희씨(45·여)와 업주 황우현씨(40) 등 3명을 구속함으로써 적나라한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윤씨가 3억원을 들여 절터에 세운 이 ‘꿈의 궁전’은 3층짜리 청기와 한옥에 대형주차장까지 갖추고 있다. 15개의 널찍한 방에는 별도의 욕실과 사이키 조명이 설치돼 있고 춘화도로 멋을 부리는 등 건물 전체가 ‘타락의 궁전’처럼 꾸며졌다. 놀라운 것은 현장에서 붙잡혀온 15명의 윤락녀 중 12명이 10대 소녀라는 사실. 중학교 3학년에 다니던 김양은 지난해 6월 엄마가 재혼하자 새아빠가 싫어 가출한 뒤 생활정보지 광고를 보고 이곳에 찾아왔다. 김양의 동료들도 대부분 집이 싫거나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나와 이곳에 흘러 들어갔다. “하루 일과는 맨날 똑같아요. 오후 6시에 일어나서 밥먹고 화장하고, 손님받으면 술먹고 노래하고 연애하고….” 검찰이 압수한 영업장부에는 한사람이 하루 저녁에 상대한 손님수를 기록한 ‘正(정)’자 표시가 4개나 되는 날도 있었다. 업주 황씨는 이렇게 어린 소녀들을 윤락에 동원해 하루 6백만원이 넘는 수입을 올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의 소녀는 감시 때문에 윤락을 그만둘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성병에 걸렸는데도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했다. 그러나 가장 큰 상처는 마음의 병. 경찰 관계자는 “우리가 호통치거나 찾아온 부모가 울며 매달려도 절대 눈물을 흘리지 않고 오히려 담담하게 ‘어른들이 어린 여자를 좋아하니까 나같은 사람이 있다’고 말하는 소녀도 있었다”고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미아리 텍사스 지역의 2백50여개 업소 윤락녀 3천여명중 90%가 가출한 10대 소녀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중음식점 허가도 받지 않고 영업을 해온 ‘꿈의 궁전’을 폐쇄키로 했다. 〈신석호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