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폭등으로 수입원자재 값이 100% 가까이 오르고 살인적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산업 생산라인 가동률이 지역 및 업종에 따라 70%대로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인천 시화 창원 구미 등 전국 20개 공단 생산업체의 경우 대부분 원자재 비축량이 보름에서 한달분밖에 남아있지 않아 재고량이 바닥나는 2월 말경에는 ‘원자재 대란(大亂)’이 우려되고 있다.
10일 오전 경기 안산시 시화공단의 산업용 접착제 생산업체. 1년에 미국 이스라엘 등지에서 85만달러 어치의 원자재를 수입, 1백80억원대의 내수판매 및 수출을 하던 이 업체는 원자재난으로 공장 구석구석에 처박아 놓았던 원료들을 재활용해서 쓰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부산에 원자재가 들어와 있으나 은행에서 10만달러 이상의 수입물품에 대해서는 신용장을 개설해주지 않아 가져다 쓰지 못하고 있다”며 “2월 중순까지는 버티겠지만 그 이후에는 대책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구로구 구로공단의 4백여 업체는 원자재난으로 생산 시간을 대폭 줄였다. 잔업 특근은 사라진지 오래고 주말 휴무를 실시하고 있고 설 연휴는 대부분 1주일에서 열흘까지 쉴 예정이다. 원자재 중 특히 외국에서 전량 수입하는 코발트 알루미늄 등은 수입이 전면 중단돼 선금을 주고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철강 등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도 생산업체가 국내 기업보다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는 외국에 수출, 국내기업의 원자재난이 가중되고 있다.
인천 주물공단내 자동차부품 튜브업체 등 2백여 중소업체는 가동률이 50∼70%대로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원자재인 선철의 경우 t당 15만원 정도 하던 것이 환율폭등으로 30만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 공단 황규혁(黃圭爀)관리부장은 “원자재값이 2배 이상 오른 상황에서 수지가 안맞아 일을 할수록 손해이기때문에 생산을 대폭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제지업계도 펄프가격의 상승으로 현금 동원능력이 낮은 중소기업은 공장문을 닫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제적으로 하락추세인 펄프가격은 한국의 경우 환율폭등으로 오히려 20%가량 올랐다. 제지업체인 M사의 경우 10일분 정도의 재고밖에 남지 않았다.
경남 창원공단내 D전자는 일본에서 부품을 수입해 키보드와 전화기버튼 등을 생산, 100% 수출하는 우량기업. 그러나 원료 재고가 1주일분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은행으로부터 수입 신용장을 받지못해 작업중단 위기에 처했다.
전자 스프링 화학 업종 등 중간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체의 원자재난은 자동차 가전제품 조선 등 대기업의 생산라인까지 스톱시키는 등 산업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의 경우 2백85개 협력업체의 납품 중단이 반복돼 5,6시간씩 생산라인이 멈춰서는 바람에 평균 가동률이 65%에 머물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납품이 안될 경우 하루전에 통보, 다른 부품을 이용한 생산라인으로 대체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언제 어떤 부품공급이 중단될지 예측이 불가능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사회1,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