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40여일을 앞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사저(私邸)가 있는 서울 동작구 상도1동의 한 슈퍼마켓.
15일 아침 신문을 뒤적이던 주인의 눈에 ‘YS퇴임후 상도동집 돌아간다’는 제목과 함께 청와대측에서 ‘거제 낙향설’을 일축했으며 김대통령이 상도동 이웃을 초청해 오찬을 가졌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기사를 보고 나니 이제 돌아오실 때가 됐구나 하는 실감이 나네요. 5년전 떠나보낼 때 생각도 나고….”
김대통령이 골목어귀까지 늘어선 이웃주민들과 악수를 나누고 청와대로 떠난 뒤 그가 조깅을 했던 사저 뒤편의 고구동산에는 다른 동네 주민들까지 몰려 새벽마다 북새통을 이뤘다. 이곳에서 나오는 약수도 ‘대통령이 마신 물’이란 별명을 얻으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요즘은 이곳에 찾아와 운동하는 사람은 눈에 띄게 줄었고 약수도 ‘염분이 많다’는 소문까지 나돌아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졌다.
간혹 “어쩌다 나라 꼴이 이 모양이 됐는지…”라는 한탄과 김대통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동네 곳곳에서 들려오기도 했다. 최근 1백2평 대지에 지하1층 지상2층 규모로 증개축한 김대통령 사저를 보면서 ‘봄이 되면 학생 시위로 동네가 시끄러워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한때는 일부 주민들이 김대통령의 상도동행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근거없는 소문도 떠돌 정도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동네 주민은 김대통령에 대해 ‘잘했거나 못했거나 문민대통령 시대를 연 분’이라는 자부심을 내비쳤다.
주민 권모씨는 “물론 좀더 좋은 분위기에서 퇴임하시면 낫겠지요. 경제가 엉망이 돼 여론이 나쁘지만 김대통령의 공과는 시간이 더 지난 뒤 평가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민주조기회와 민주산악회 등 친(親)YS 주민들은 내달 김대통령의 퇴임을 맞아 플래카드를 내걸고 조촐한 환영행사도 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