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부터 이틀째 영동지방에 내린 폭설로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부근을 지나던 2천5백여대의 버스와 승용차 승객들은 최고 20시간 동안 차안에서 불안과 추위에 떨었다.
그나마 휴게소 가까운 곳에 차가 선 사람들은 휴게소에서 요기거리와 휘발유 등을 조달했으나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어린이들과 함께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밤을 꼬박 새웠다.
14일 오후 6시반 승객 27명을 태우고 속초에서 서울로 출발한 우등고속버스는 대관령에 들어서면서 내리기 시작한 폭설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밤 9시반경 대관령 휴게소로부터 1㎞ 떨어진 곳에서 완전히 멈췄다.
승객들은 밤새 차안에서 히터를 켜 놓은 채 웅크린 자세로 눈을 붙인 뒤 날이 새자 대관령 휴게소까지 걸어가 요기거리를 사왔다. 히터를 밤새 틀어놓아 기름이 다 떨어진 일부 승용차 운전자는 휴게소까지 가 휘발유를 사다 넣기도 했다. 휴게소는 물건을 사러온 승객들로 북새통을 이뤄 순식간에 식음료가 동났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밤부터 대관령 일대의 제설작업을 했지만 워낙 눈이 많이 내리는데다 도로위에 차들이 늘어서 있어 별 효과가 없었다. 그나마 15일 오전 9시경에는 이마저 중단했고 오후 2시반이 넘어서야 인근 군부대에서 불도저를 동원해 제설작업을 재개했다.
주변에 휴게소가 없는 곳에서 차가 멈춰선 사람들은 밤새 추위와 배고픔에 떨어야 했다.
14일 오후 8시경 서울을 출발, 진부령을 넘어 대관령쪽으로 가다 횡계부근에서 발이 묶인 한 승용차 운전자는 “1시간에 1m도 가지 못했다. 언제쯤이면 사정이 나아질 것인지 경찰이나 도로공사측이 안내를 했더라면 안심했을텐데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버스편으로 대관령 인근 스키장으로 가던 젊은이들 중에는 도로가 막히자 스키를 신고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중앙재해대책본부는 15일 이틀째 영동지방에 내린 폭설로 영동고속도로에서 차량이 움직이지 못하자 식수와 빵 연료를 무제한 공급하는 한편 안전장구를 부착하지 않은 대형차량의 통행을 통제했다.
〈양기대·금동근·정위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