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退도 「경쟁」… 은행들,「마지막 시행」에 신청자 몰려

  • 입력 1998년 1월 17일 20시 29분


‘마지막 명퇴를 잡아라.’ 본격적인 정리해고 실시를 눈앞에 두고 있는 금융가에 명예퇴직 바람이 거세다. 늦기 전에 ‘명퇴행 막차’를 타려는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각 은행에는 예상을 웃도는 명퇴 신청자들이 몰려 ‘위로금’지급액을 줄이거나 신청 자체를 반려하는 등 대상자 선정 작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7일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감자(減資)명령을 받은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은 이날 명퇴 ‘모집’을 마감한 결과 각각 1천9백명과 1천3백명 가량이 신청서를 냈다. 은행측이 당초 예상한 퇴직 인원보다 각각 7백명과 6백80명이 많은 것. 막판까지 눈치를 보다가 마감 직전에 5백∼6백명씩 무더기로 신청, 대학 입시창구를 방불케 했다. 두 은행 관계자는 “어차피 정리해고 도입으로 추가 감원이 불가피한 만큼 신청자 모두를 퇴직시킬 방침”이라고 밝혔다. 제일은행은 명퇴 위로금으로 3∼8개월, 서울은행은 3∼9개월치 월급을 지급할 예정. 은행 사정이 최악이다보니 위로금도 짜다. 외환은행은 ‘행원’급 명퇴 신청자가 몰려 당황하고 있다. 16일까지 명퇴를 신청한 7백명중 6백명이 일선 창구에서 일하는 행원급 직원들. 이 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이 기혼 여직원이지만 한창 일할 나이인 5년차 남자 행원들도 상당수 있다”며 “이들이 갑자기 빠지면 업무에 지장이 많기 때문에 잔류하도록 설득중”이라고 전했다. 각 은행은 될수록 간부급 중에서 많은 명퇴자가 나와야 경영도 개선하고 인사 숨통도 틀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퇴직금과 위로금을 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때문인지 의외로 과차장 대리 등 일선 책임자급과 일반 행원들 가운데 명퇴 희망자가 많다”며 “이래서는 인건비 절감효과가 반감한다”고 우려했다. 〈이강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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