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勞使政)위원회 전문위원회가 17,18일 이틀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마련한 ‘노사정위원회 의제안’은 앞으로 노사정 3자가 국민협약 형태로 확정할 국민고통분담안의 ‘밑그림’에 해당한다. 세부적인 실천조치까지 포함한 ‘완성작’은 아니다.
전문위가 마련한 선행조치안 4개항과 기본협의사항 31개항 등 35개항이 그대로 확정될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전문위의 의제안은 19일 오전 기초위원회의 합의를 거쳐 전체위원회의의 최종확정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의제안은 말 그대로 ‘의제’일 뿐 의제마다 세부적으로 어떤 결론이 날는지도 미지수다.
우선 최대현안인 ‘고용조정(정리해고)에 관한 법제화’문제부터 노동계와 사용자측의 해석이 서로 다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고용조정에 관한 법제화를 의제로 정한 것을 곧바로 정리해고의 법제화를 수용한 것으로 보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고용조정문제의 의제화는 근로시간단축이나 임금삭감 무급휴가 등 정리해고를 피하면서 고용조정을 이행하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용자측이나 정부측은 앞으로의 협의과정에서 정리해고제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본다. 다만 노동계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분명한 해석은 피하는 모습이다.
또 전문위에서 의제로 채택되지 않은 △재벌총수 퇴진 △경제위기 책임자 처벌 △국제통화기금(IMF)재협상 등에 대해서는 양대 노총 모두 19일의 기초위 회의에서 재론할 태세다. 반면 근로자의 경영참여문제에 대해 사용자측에서는 “의제로는 채택됐지만 구체적인 합의안을 논의할 때는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의제에 대한 최종결론이 나기까지는 여러차례 어려운 고비에 부닥칠 전망이다.
하지만 노사정의 의제안 합의는 노사정 협약의 대장정(大長征)이 일단 순조롭게 출발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성과로 평가될 만하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