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한파가 골프장 그린에도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주말에도 전화 한통화면 예약이 가능할 정도로 손님의 발길이 뚝 끊어졌고 특히 평일엔 대부분 ‘개점 휴업’상태여서 ‘VIP 골프’를 칠 수 있을 정도.
‘VIP 골프’는 원하는 시간대를 마음대로 고르고 앞서 가거나 뒤따라 오는 팀이 없는 상태에서 느긋하게 골프를 치는 것을 일컫는 말.
서울에서 가장 가깝다는 N골프장의 경우 18일에는 그럭저럭 예약이 모두 됐지만 평일에는 30∼50% 손님이 격감했다. 특히 단체손님이 줄어 1,2월엔 단체예약이 한 건도 없는 상태.
K골프장도 18일 당초 예약된 1백팀 중 20여팀이 예약을 취소했다. 11일에는 평소보다 1백50명이나 줄어든 3백50명만이 골프장을 찾았다. 또 다른 K골프장의 경우 토요일인 17일 예약 정원인 1백20팀 중 절반에도 못미치는 50팀만이 골프장을 찾았다.
골프장 중에는 평일 예약손님이 서너팀밖에 안되자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아예 임시 폐장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골프장 캐디들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캐디 황모씨(26·여)는 “지난해 11월 이후 수입이 절반 이상 떨어져 쉬는 달인 1,2월에도 필드에 나가야 한다”며 “적금을 납입하지 못해 해약해야 할 형편”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남서울골프장 최태영(崔泰泳)이사는 “앞으로 봄철에 들어서도 이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문 닫는 골프장이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훈·권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