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21일 또다시 중앙일보 분리추진을 발표, 이번에는 ‘재벌언론’이 청산될 것인지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앙일보의 실소유주는 삼성이다. 주식지분을 살펴보면 이건희(李健熙)삼성그룹회장과 처남인 홍석현(洪錫炫)중앙일보사장 등의 지배구조가 환히 드러난다.
오늘날 신문업계의 무질서와 낭비는 중앙일보의 조간화를 전후해 재벌 특유의 밀어붙이기로 인한 신문 시장 교란에서 비롯되었다는 지적이다. 70여년의 역사를 지닌 신문이 한해 겨우 3천억원대의 총매출을 올리는 시장에 삼성재벌의 무차별지원으로 천문학적인 숫자의 돈을 쏟아부으면서 시작된 일이다.
상상을 초월한 금품 경품공세로 신문 판매질서는 붕괴되고 배달된 타신문 빼가기 등 저질 판매전략 끝에 급기야 중앙일보지국 보급원에 의한 칼부림 살인사건이 빚어지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또 우리나라 경제규모와 광고공급량에 비해 지나친 증면경쟁(48페이지)을 유도, 각사가 천억원대의 인쇄시설에 과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불러왔다. 이러한 과투자는 마침내 외환폭등과 함께 설비투자에 대한 막대한 환차손(리스비용)을 신문업계에 안겨주고 업계를 빚더미에 올려놓았다는 비난도 듣고 있다.
재벌신문 등의 물량 판촉공세는 숱한 파지 용지낭비를 불러왔음은 물론이다. 그리하여 경제난과 함께 광고 공급이 급감, 각사가 감면에 나서게 되고 구조조정을 서두르게 한 낭비와 시행착오의 원인도 바로 재벌신문이 제공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삼성의 중앙일보에 대한 자금 지원과 광고 몰아주기 등 ‘재벌식’ 물량공세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삼성이 97년 한해 중앙일보에 타 언론사의 두배에 달하는 광고를 실어 지난해말 공정거래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던 것.
삼성의 중앙일보 분리선언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이번 삼성의 발표도 과연 실현될지는 의문이다.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의 재벌개혁 요구에 우선 형식만 갖추자는 제스처가 아니냐는 의문도 뒤따른다. 언론계에서는 국민과 정부 공정거래위 등 감시의 눈이 살아 있어야만 재벌신문의 횡포와 ‘재벌논리’의 유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허 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