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사회과학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국가부도에 이르도록 곪아터진 한국사회를 내버려두고 학회 참석하는 것으로 만족해 오지 않았던가. 사회의 예측에 번번이 실패하는 사회과학이 왜 필요한 것인가. 40대 사회학자인 저자는 IMF체제가 등장하던 날 잠을 못 이루며 회한을 거듭한다. 그리고 ‘한국사회과학의 대실패’를 고백해야 했다.
‘한강의 기적’은 물거품이 되고 아시아의 신화는 본받지 말아야 할 교훈이란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오늘의 상황을 ‘또 하나의 기적을 향한 시련’으로 보면서 절망하지 않는다.
책에는 새 정부가 해야 할 사회개혁 방향에 대한 제언도 담겨 있다. 시장원리를 맹신하지 말고 경우에 따라 국가가 강력히 개입하여 자본에는 자율성을, 노동자에게는 복지를 주어야 한다. 재벌―정치권력―관료의 결탁에 대한 시민감시기구를 활성화하고 IMF의 ‘표준처방’이 한국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남출판. 8,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