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연봉제 변신」새 활로…현금부담줄어 돈가뭄 해소기대

  • 입력 1998년 1월 31일 20시 16분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제조업체도 연봉제 형식으로 임금 지출을 줄이는 시도를 하고 있다. 90년대 초 대기업 간부사원들을 대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연봉제를 국제통화기금(IMF)한파 이후 경영여건이 악화된 중소기업들이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소제조업체가 채택한 연봉제의 핵심은 상여금과 수당을 대폭 줄이고 월급의 일년치 총액을 12로 나눠 매달 지급하는 것. 자금난으로 현금 보유액이 크게 부족해지자 월급제 대신 지급 총액이 비교적 일정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연봉제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부품납품업체인 서울 성수동 천일금속은 지난해말 연봉제 실시를 결정했다. 종업원이 50여명에 불과한 이 회사가 연봉제를 도입한 이유는 심각한 자금난 때문. 현금 없이는 원자재 구입이 불가능해진데다 연말과 연초 상여금 지급 등으로 현금 수요가 크게 늘어 이로 인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봉제로 돌아선 것. 이 회사 강명환(姜明煥·51)사장은 “상여금을 지급해야 하는 연말과 연초에는 현금 구하러 다니느라 일을 제대로 못했던 점을 고려해 현금이 크게 부족했던 지난해 11월 사원들과 합의해 연봉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63개의 자동차정비부품업체가 있는 성수동 일대에서 최근 연봉제를 도입한 업체는 모두 40여곳. 1백여곳의 인쇄업체 중 50여곳도 연봉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다른 업종도 연봉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인천 남동공단내 T정밀도 지난해말 연봉제를 도입했다. 종업원이 1백50여명인 이 업체는 지난해 초부터 연봉제 도입을 준비, 올해부터 능력과 성과에 따라 전 사원을 4등급으로 나눠 능력별로 5%의 차별을 두고 임금을 지급한다. 상여금은 600%에서 300%로 줄였다. 서울 구로공단에 있는 섬유업체 S방직은 지난해말부터 상여금을 800%에서 100%로 삭감하고 모든 잔업수당을 폐지한 채 연봉제를 시행중이다.이 업체 황철호씨(27)는 “연봉제 실시 이후 받는 임금 총액이 30%가량 줄었지만 어려운 회사의 사정을 감안해 연봉제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경제정책과 강삼중(姜三中·41)과장은 “최근 제조업체에 지원하는 유휴인력이 크게 는데다 기업들도 자금 압박 해소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연봉제 도입을 서두르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박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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