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기술 유출파문]대만 양산돌입땐 채산성악화 불보듯

  • 입력 1998년 2월 3일 06시 56분


메모리반도체 64메가D램은 우리나라의 가장 확실한 수출 효자상품으로 주목받아 왔던 제품.

따라서 이번에 핵심기술을 넘겨받은 대만이 연말로 예상됐던 64메가D램 양산(量産)일정을 크게 앞당겨 시장에 진출할 경우 국내업체는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이번에 대만에 넘겨진 제3세대기술은 삼성전자와 일본의 NEC 등이 갖고 있는 최첨단기술이어서 더욱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즉 단번에 기술적으로 한국을 추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 무서운 것은 64메가D램 사업이 부진할 경우 앞으로 2백56메가D램이나 1기가D램 개발에 제대로 투자할 수 없어 국내 반도체산업 존립기반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점.

한국은 64메가D램시장에 있어서는 세계적인 선두업체. 우리와 함께 현재 이 제품을 양산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뿐이다.

삼성전자 LG반도체 현대전자 등 64메가D램 생산업체들은 올해부터 시장이 본격 형성될 것으로 전망, 월 3백만∼6백만개씩 대량생산해 왔고 설 연휴에도 공장가동을 계속했을 정도. 올해 수출목표도 지난해보다 16% 늘어난 1백60억달러로 정해 놓았다.

이처럼 64메가D램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국내 업체의 독주가 당분간 보장된 때문.

일본이 지난 2년간 반도체투자를 소홀히 한 탓에 생산량을 크게 늘리지 못하고 있고 메모리반도체 후발국가 대만은 올 연말에야 양산체제를 갖출 것으로 예상돼 왔다.

국내업계가 가장 우려한 것은 대만의 생산참여. 16메가D램의 경우처럼 공급과잉이 되면 가격폭락과 함께 채산성악화로 이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

이때문에 64메가D램의 핵심기술은 한국 일본의 어느 업체에서나 절대 공개할 수 없는 1급 산업기밀로 취급돼 왔다. 삼성전자 기흥공장 반도체생산라인의 경우 연구원 외에는 누구도 출입할 수 없는 ‘성역’이었던 것.

그러나 후속 프로젝트에 제외된 반도체연구직원들이 거액의 자금에 유혹돼 기술을 유출함으로써 성역의 신화는 무너졌다.

〈박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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