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그냥 집에 있자니 무료하기도 하고 적지만 반찬값이나 보태려고요.”
2년전 청소원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던 그 아주머니가 쑥스러워하며 건네던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쉰여섯의 나이이지만 열심히 일하겠다던 야무진 각오도 다시금 떠오른다. 그때만 해도 사람 구하기가 어려운 시절이었다.
아주머니는 불평 한마디없이 이른 새벽에 나와 아주 성실하게 일했다. 수당을 합쳐 60여만원 정도인데도 월급봉투를 받아들 때면 살림에 아주 요긴하다며 어린아이처럼 함박웃음을 지어 보이곤 했다.
그런 아주머니가 전국을 강타한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일자리를 잃어버렸다. 비용절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취한 조치였다. 아주머니는 일자리가 생기면 꼭 불러 달라는 부탁을 여러번 했다.
“6.25 피란가서도 살았고 50, 60년대에는 밥도 제대로 못먹으면서도 잘 견뎠는데…. 참고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오겠지요.”
오히려 나를 위로해주며 짐을 챙기는 아주머니의 눈가에는 이슬이 맺혀 있었다. 며칠후 실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해 찾아온 아주머니의 손에는 음료 한박스가 들려 있었다. 노동사무소까지 가는 길이 복잡해 찾기 어려우니 택시라도 잡아주겠다는 제의를 한사코 사양하는 모습도 여전했다.
다음날 아주머니로부터 서류를 잘 접수시켰다는 전화가 걸려 왔다. 그러면서 앉아서 돈을 타려니 미안하고 마음이 무겁다며 빨리 경제가 되살아나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난을 숙명처럼 여기며 한눈팔 겨를도 없이 숨가쁘게 살아 왔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아주머니. 이제는 한시름 놓으려나 했더니 난데없는 IMF 한파로 쓸쓸히 짐을 꾸리며 눈물을 감추던 아주머니의 성실한 모습을 빨리 다시 볼 수 있었으면….
‘감량경영’이라는 말만 나오면 하찮은 일을 해오던 사람들부터 줄이는 현실이 안타깝다. 사실은 아름답고 편안한 생활을 하는데 가장 필요한 일꾼들인데도 말이다.
‘우리 모두 청결하게 사용합시다. 청소 아줌마가 안계십니다.’ 화장실 문에 붙여 놓은 안내문을 볼 때마다 가슴 한쪽이 저며온다.
황태근 (서울 노원구 상계6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