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남편두고 가출, 中교포 이혼소송 이례적 기각

  • 입력 1998년 2월 4일 20시 05분


중국 조선족 여성의 위장결혼으로 해마다 피해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조선족 여성이 한국인 남편을 상대로 낸 이혼소송이 이례적으로 법원에서 기각됐다. 중국교포 최모씨(40·여)는 96년 4월 중국 지린(吉林)성에서 친지의 소개로 한국인 김모씨(63)를 만나 2개월만에 결혼했다. 그러나 그해 12월 입국 후 최씨는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다. 중국에서 보여줬던 따뜻한 마음씨는 사라지고 특별한 이유도 없이 김씨에게 시비를 걸기 일쑤였다. 말다툼을 벌인 뒤에는 짐을 챙겨 나가 외박을 하기도 했다. 97년 1월 김씨가 십이지장궤양으로 입원하자 최씨는 “수술비를 구하러 간다”며 나갔다가 며칠만에 돌아와 실랑이를 벌이는 바람에 주먹과 욕설까지 오갔다. 그 일로 병원문을 박차고 나간 최씨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몇개월 뒤 최씨는 “일정한 직업도 없는 남편이 돈 벌어올 것을 강요하며 심한 욕설과 폭언을 일삼아왔다”며 김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냈다. 그러나 서울가정법원 가사2단독 박성호(朴成浩)판사는 4일 “최씨가 이혼할 만큼 김씨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투병중인 남편을 외면하는 등 부부의 부양협조의무를 저버린 쪽은 오히려 최씨로 판단된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한편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중국교포가 관련된 이혼소송은 96년 41건이던 것이 97년에는 51건으로 늘어났다. 법원 관계자는 한국인 남편이 위장결혼으로 입국한 뒤 가출한 조선족 부인의 행방을 찾지 못해 내는 소송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