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버지가 한 아이를 놓고 서로 ‘내 자식’이라고 싸움을 벌인 거죠. 진짜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밝혀졌지만 지루한 싸움 끝에 이미 아이는 굶어 죽은 셈이죠.”
5일 법원의 판결로 승패가 판가름난 국제그룹 양정모(梁正模·77)전회장과 그의 사돈인 신한종금 김종호(金鍾浩·80)회장간의 송사를 빗대 법정 주변에서 나돈 말이다.
양전회장이 맡긴 신한투금(신한종금의 전신) 주식 1백24만여주를 가로챈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김회장은 이날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양전회장은 사실상 돌려받을 주식이 없다.
96년 양전회장이 형사및민사소송을 제기할 때만 해도 시가 6백억원대에 달했던 주식이 지난달 31일 정부가 신한종금의 영업을 폐쇄함으로써 ‘휴지조각’이 돼 버린 것.
회사사정이 악화되면서 정신적 충격으로 몸져 누웠던 김회장은 이날 가족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법정에 섰으나 재판부의 ‘준엄한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 최세모(崔世模)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사돈간의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지 못해 법정에 섬으로써 사회의 주시를 받게 됐다”며 “재산을 지키는 것이 세인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지 이해할 수 없다”고 꾸짖었다. 고령인 점이 참작돼 법정구속을 면한 김회장은 곧바로 항소할 뜻을 밝혀 법정싸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부형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