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북한대표부 김동수3등서기관(38) 일가족 3명의 망명은 불과 36시간만에 탈출에서 서울행 비행기 탑승까지의 모든 과정이 진행될 정도로 신속했다.
오랜 고뇌와 번민 끝에 한국망명을 결심한 김서기관이 택한 ‘운명의 날’인 4일 오전10시반.
그는 몹시 긴장된 표정으로 동갑내기 부인인 심명숙씨와 8세된 아들 진명군을 북한대표부 소유 르노승용차에 태우고 이탈리아 로마시 남쪽 에우르구역에 위치한 북한대표부를 떠났다.
김씨 일가족은 ‘자유를 향한 운명의 질주’를 시작한지 30분만에 로마시 북부 파리올리구역에 있는 한국대사관에 안착했다. 망명신청을 접한 한국대사관측은 신두병(申斗柄)대사의 지휘아래 비상체제에 돌입, 이 사실을 정부에 긴급보고했고 곧바로 이탈리아정부에도 통보했다.
이탈리아정부는 즉각 외무 법무 내무부 등 관계부처간 협의에 들어갔으며 한국대사관측은 망명절차를 신속히 끝내기 위해 이주흠(李柱欽)정무참사관을 이탈리아외무부에 급파, 절차문제를 협의했다.
망명절차가 빠르게 진행중이던 이날 오후 북한대표부도 수상한 낌새를 채고 이탈리아당국에 승용차 분실신고를 하는 한편 대표부직원들을 풀어 김서기관을 찾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불안한 가운데 하룻밤을 보낸 김서기관 가족은 그러나 5일 오전 ‘희소식’을 받았다. 이탈리아외무부가 이날 오전 고위당국자를 한국대사관에 보내 김서기관 가족의 자유의사를 확인한 뒤 망명절차를 완료했기 때문. 이와 함께 이탈리아외무부는 한국대사관측으로부터 승용차를 넘겨받아 북한측에 되돌려 줬다.
이어 김서기관 가족은 이탈리아경찰의 보호아래 로마시내 ‘안전지역’으로 잠시 이동했다가 이날 밤10시반경 레오나르도 다빈치공항에서 대한항공 916편 서울행 여객기에 몸을 실었다.
이 과정에서 망명사실이 외신을 통해 알려지는 바람에 대사관측은 북한측의 ‘반격’을 우려하기도 했으나 과거 잠비아주재 현성일(玄成日)서기관의 망명때와는 달리 대사관주위에서 시위를 하는 등의 불상사는 없었다.
〈문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