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로 이달말부터 대규모 정리해고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사무직은 물론 공단 근로자들까지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 현장 근로자들은 “노조가 울타리 역할을 해줘 지금까지는 정리해고의 태풍을 피해 왔으나 이제 사정이 달라진 것 아니냐”며 불안을 감추지 못했다.
7일 기계부품 등 각종 제조업체가 밀집해있는 창원공단. 근로자들은 출근하자마자 노조 사무실에 들러 “회사가 퇴직대상자 명부를 작성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이냐”고 물어보는 등 회사의 정리해고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삼미특수강의 해고 노동자들도 이날 노조사무실에 나와 노사정위원회의 합의내용을 자세히 알아봤다.
또 사실상의 정리해고 회오리를 겪은 금융 및 사무직 근로자들도 “제2차 정리해고 태풍이 불어닥치는 것 아니냐”며 끼리끼리 수군거리는 등 부산한 움직임이었다.
올들어 14개 은행에서 벌써 9천2백여명이 명예퇴직한 금융계의 경우 정리해고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서울은행과 제일은행 직원들은 “만약 외국인에게 은행이 매각된다면 사상초유의 대량해고 사태가 벌어지지 않겠느냐”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은행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주식매집을 통해 언제든 다른 자본에 넘어갈 수 있고 은행 자체적으로 다른 은행 또는 증권사 등과 합병을 추진할 것으로 예견되기 때문이다.
한 은행대리는 “은행끼리 합병된다면 사실상 절반이상의 인원을 감축할 것”이라며 “식욕이 떨어져 밥도 제대로 못먹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명예퇴직을 미뤄왔던 상업은행이 이날 만 35세이상의 은행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공문을 내려 보냈고 주택은행과 기업은행도 현재 명예퇴직 규모를 조정하고 있다.
한편 삼성그룹은 7일 사원들의 동요를 막기위해 ‘정리해고는 없다’는 그룹방침을 계열사별로 직원들에게 알리도록 했다.
〈강정훈·이원홍·천광암·김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