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일터로 가는 문은 좁았다. 서울에서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 실업급여를 신청한 실직자 5천3백13명중 2백46명만이 취업에 성공, 재취업률은 4.6%에 불과했다. 구직난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이는 본보취재진이 서울시내 7개 노동사무소에 실업급여를 타기 위해 구직신청서를 제출한 사람들의 재취업 여부를 전수 조사한 결과 드러난 것이다.
이 기간에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을 직종별로 분석해 보면 사무직에 재취업한 사람이 1백16명(47.2%)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특정한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거나 전문기술을 가져 전문직 준전문직 취업에 성공한 사람으로 43명(17.5%)이었다.
이밖에 단순노무직에 재취업한 사람도 37명(15%)이었고 다음으로는 △서비스직 31명(12.6%) △기능직 26명(10.6%) 등이었다.
연령별로는 30대 재취업자가 90명(36.6%)으로 나타나 구인자들이 중장년층보다는 젊은층 구직자를 선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으로는 50대 취업이 54명(21.9%)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40대의 취업이 21.9%를 차지했고 20대의 취업은 저조, 1천1백74명이 구직신청서를 제출했지만 32명(2.7%)만이 재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업종간의 변동도 심해 본보취재진이 전화인터뷰로 확인한 30명중 같은 직종에 재취업한 사람은 8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22명(73%)은 직종이 변경된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수준도 보통 30만원 이상씩 낮아져 30명중 24명은 본인의 이전 월급보다 적게는 20만원에서부터 1백30만원까지 낮은 월급을 받고 재취업했다.
지난해 9월 모회사과장으로 근무하며 1백70만원의 월급을 받던 노모씨(55)는 “지난해 말 택시예비기사로 취직, 하루에 12시간 이상 일을 해 한달에 사납금을 포함해 1백30만원정도의 수입을 올린다”고 말했다.
북부노동사무소의 김태영(金泰榮)소장은 “이는 고임금자의 구인이 없고 단순업종과 3D업종에 대한 수요가 많은 탓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에 실직한 뒤 60차례의 면접을 거친 끝에 재취업에 성공한 김성기씨(26)는 “영어를 배워둔 것과 2년간 배낭여행을 하며 어려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운 것이 재취업에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아무리 일자리가 없어도 어떤 일을 하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청의 이명래(李明來) 직업안정과장은 “나이를 불문하고 영어나 외국어 등 한가지 확실한 장기가 있거나 자격증을 많이 보유한 사람들의 경우 재취업이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그외의 사람들은 전직에 상관없이 밑바닥 직업을 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태원·권재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