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학교’인 성지고등학교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은 바로 ‘전체회의’.
매주 월요일 두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전체회의는 공동체 생활에 관한 모든 사항을 결정한다. 회의는 일주일에 한번 여는 것이 원칙이지만 안건이 있을 때는 학생 5명과 교사 4명으로 구성된 소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수시로 연다.
전체회의는 ‘재판’ 기능도 갖고 있다. 규칙을 어긴 학생에 대한 벌칙도 이 회의에서 결정된다.
회의에 참가하는 교사와 학생에게는 동등한 발언권이 주어지며 의장은 학생대표가 맡는다. 학생수가 교사수보다 훨씬 많지만 투표권은 교사 학생 구분없이 한 표씩 행사한다.
전체회의 결의를 준수해야 하는 의무는 교사라고 예외일 수 없다. 교사들이 스스로 실천하지 않는 일을 학생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결정을 내리는 법은 없다는 것.
1월에 열린 전체회의에서는 실내화를 신고 바깥으로 나가는 일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한 학생이 ‘당분간 춥더라도 실내화를 신지 않고 맨발로 다니자’는 의견을 내놨다. 불편함을 느껴봐야 잘못이 바로잡아진다는 것.
이 학생의 의견은 표결에 부쳐져 다수결로 채택됐다. 그 뒤부터 학교에서 실내화 신은 사람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최고회의인 전체회의가 시작된 것은 85년 한 ‘사건’이 벌어지면서부터.
당시 술에 취한 한 학생이 이를 만류하던 교사를 폭행한 것. 아무리 ‘다양한’ 학생들이 모인 학교이기는 하지만 이같은 불상사는 처음 있는 일. 교사들 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충격을 받았다.
다음날 아침. 교실에 모인 교사와 학생들은 이 사건을 둘러싸고 각자의 의견을 개진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강제퇴학은 시키지 않는다는 학교의 원칙은 지키겠다는 것이 학교측의 입장. 학생들은 “당사자에게 소명기회를 준 뒤 적당한 처벌을 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날 회의에서 결정된 처벌내용은 독후감 다섯편과 일주일간 식판 닦기. 그 뒤 교사와 학생들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회의를 소집했고 결국 정례회의로 정착됐다.
<홍성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