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판사징계 파장]「봐주기-축소지향」거센 반발

  • 입력 1998년 2월 20일 19시 33분


대법원이 20일 의정부지원 판사 금품수수사건과 관련, 비리혐의가 있는 판사 모두를 징계조치하고 의정부지원 소속 판사 전원을 인사조치하기로 한 것은 일단 이번 사건에 대해 사법부도 심각성을 어느 정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법관 비리가 드러나면 해당 법관을 인사조치하거나 사표를 받는 방식으로 사건을 매듭지어왔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의 파문이 심각함을 의식, 일단 통상의 조치로는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비리혐의가 있는 판사들을 징계한 뒤 권고사직토록 한다는 방침까지 정했다. 그러나 이런 대법원의 조사결과와 조치로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의 의혹이 충분히 해소되고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이 상당수일 것으로 보인다. 안용득(安龍得)법원행정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제가 된 판사들이 변호사들에게서 돈을 받은 사례가 △돈을 빌린 경우 △다른 사람에게 송금하기 위해 잠시 보관한 경우 △명절 인사로 받은 경우 등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사와의 돈거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재판과 관련된 대가성이 있는 뇌물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검찰수사에서 드러난 판사들의 비리의혹과 대법원의 조사결과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고 발표내용에도 납득하기 곤란한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의 자체조사는 ‘축소지향의 조사’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모판사(현재 서울 북부지원 근무)의 경우 변호사에게서 지난해 8월 5백만원을 빌렸다가 판사비리 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12월 갚았는데도 단순한 차용으로 판단했는데 이는 ‘봐주기식 조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판사가 변호사에게서 5천만원, 1억원을 빌리면서 이자를 전혀 주지 않았는데도 단순한 금전차용사례로 판단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16일부터 시작된 진상조사도 문제가 많았다고 법원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조사단은 그동안 언론에 거론된 판사수보다 적은 10여명만 조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액면 그대로 판사실 운영비로 받은 돈으로 치부할 수 있는 시군법원 판사 출신들만 조사하고 수백만원의 떡값을 받은 혐의가 있는 형사단독 판사들에 대해서는 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정부지원 소속 한 판사는 “사건이 터진 뒤 정작 문제가 심각한 지난 2∼3년 사이에 형사단독재판을 맡았던 판사들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았다”며 “소장판사들은 이번 사건을 사법부 정화의 기회로 삼기를 원하지만 수뇌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계속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야 법조계와 참여연대 등 사회단체가 비리의혹을 사고 있는 판사들을 모두 뇌물죄로 형사고발한다는 방침이어서 검찰이 수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진행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조원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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