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대통령 당선후 행보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지역 연령 직업 지지정당이나 성별과 관계없이 아주 좋다. 대선 과정에서 그에게 부정적인 성향을 보였던 사람들도 지금은 대부분 그의 당선이 잘된 일이라고 인정한다.
특히 그가 경제를 회생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이는 그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라는 ‘6.25 이후 최대 국난’을 맞아 당선하자마자 동분서주하며 위험한 고비를 넘기는 ‘준비된 모습’에 대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DJ에 대한 평가
동아일보사가 2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김대통령의 당선이 잘된 것이라는 응답률은 거의 모든 집단에서 90%를 웃돌았다. 특히 주부들 중 95.8%가 잘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작년 대선 때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명예총재와 이인제(李仁濟)국민신당고문을 지지했던 사람들 중에서도 각각 91.4%와 87.8%가 김대통령의 당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대통령이 당선후 수행한 국정운영에 대한 평점도 후했다. 80점이상의 높은 점수를 준 사람이 61.4%나 됐고 60점이하의 낙제점을 준 사람은 4.8%에 불과했다. 뚜렷한 차이는 아니지만 충청권 사람들의 점수가 좀 짠 편이었다.
전체적으로는 ‘경제회생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 김대통령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가장 큰 이유였으나 집단별로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20대와 학생층에서는 ‘정치구조 개선의 의지가 좋아서’라고 응답한 사람들이다른연령이나 직업에 비해 비교적 많았다.
김대통령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소수였지만 부정적인 사람들이 드는 것은 대부분 정치적인 이유였다. ‘구정치인 대거 기용’(23.6%), ‘독주(獨走)인상’(16.3%), ‘정치보복적 성격’(10.9%) 등이 그것이다.
◇총리지명에 대한 반응
김대통령이 자민련의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를 총리로 지명한 데 대해서는 서울과 부산 경남, 대구 경북지역 사람들의 반응이 다른 지역에 비해 부정적이었다. 이들 지역에서는 찬성이 반대보다 조금 많은 정도였다.
대졸이상 고학력자들과 공무원 사무전문직 학생층 및 한나라당 국민신당 지지자들의 경우에는 찬성보다 반대가 많았다. 공동정부의 텃밭인 호남지역 사람들의 찬성비율이 충청지역보다 높았다.
한나라당의 인준반대 당론결정에 대해서는 모든 연령층과 학력층 직업군에서 ‘잘못했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지역적으로도 대구 경북지역 사람들만 제외하고 ‘잘못했다’는 의견이 더 많았다.
한승헌(韓勝憲)변호사를 감사원장으로 지명한데 대해서는 ‘잘했다’는 응답자가 53.8%로 ‘잘못했다’는 응답자 13.5%보다 훨씬 많았으나 ‘잘 모르겠다’는 등 무응답자가 32.7%나 됐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지자의 찬성률(64.8%)이 자민련 지지자의 찬성률(44.1%)보다 높아 눈길을 끌었다.
현재 각료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에 대해서는 ‘적임’이라는 응답이 61.6%였고 ‘적임이 아니다’는 응답은 12.2%였다. 여기에서도 한나라당 지지자가 자민련 지지자보다, 부산 경남과 대구 경북 사람들이 충청권 사람들보다 더 긍정적이었다.
이미 단행된 수석비서관 인선에 대해서는 70.8%가 ‘잘된 인사’라고 응답했고 ‘잘못된 인사’라는 반응은 9.1%에 지나지 않았다.
◇새정부에 대한 기대
새정부의 경제회생 전망과 관련해서는 거의 모든 집단에서 ‘기대된다’는 응답이 90%를 넘었다. 한나라당 지지자도 89.4%가 기대감을 표시했다.
다음으로 국민의 기대치가 높은 분야는 사회개혁으로 응답자의 79.5%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공무원들은 73.9%만이 ‘기대된다’고 응답, 기대치가 가장 낮았다.
정치개혁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75.9%가 기대를 표시했으나 생산기술직 서비스업종사자 등의 기대치가 높은 반면 사무전문직 공무원과 대졸이상 고학력자 등의 기대치는 낮았다.
재벌개혁에 대해서는 72.9%의 응답자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재벌개혁에 대한 기대치가 가장 높은 지역은 부산 경남이었고 가장 낮은 지역은 대구 경북이었다. 연령별 직업별로는 20대와 사무전문직이 가장 회의적이었다.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서는 66.6%가 ‘기대된다’고 응답했다.
◇YS에 대한 평가
퇴임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극히 부정적이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지지자나 한나라당과 국민신당 지지자나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또 지역별로도 편차가 거의 없었다.
김전대통령의 ‘퇴임후 장래’문제에 대해서도 ‘잘못된 일이 있으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인 사람(64.7%)이 다수였다. 20대는 80.2%가 이같은 의견을 밝혀 책임추궁 강도가 가장 높았고 국민신당 지지자는 45.9%만이 책임추궁에 동의, 가장 관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한나라당 등 3당 지지자의 책임추궁 강도는 비슷했다.
◇정당별 지지도
정당별 지지도에서 모든 연령층 학력층 직업군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에서 국민회의가 1위를 차지한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치솟고 있는 김대통령의 개인적 인기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분위기는 6월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동요를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연령별로는 20대의 국민회의 지지율이 가장 높고 연령이 많을수록 지지율이 조금씩 낮아졌다. 30대에서는 국민신당의 지지율이 한나라당을 앞서기도 했다.
원내 과반수의석을 보유한 거대야당인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지고 의석이 8석밖에 없는 국민신당이 자민련에 앞서 지지율 3위를 차지한 것도 눈길을 끈다. 대선 때 한나라당과 국민신당의 최대 격전지였던 부산 경남은 양당의 지지율이 지금도 비슷하다.
국민회의 지지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역시 호남으로 82.8%의 압도적 지지율을 보였다. 다음은 인천 경기 49.1%, 부산 경남 37.9%, 서울 37.2%, 대구 경북 32.4%, 충청권 31.6% 순이었다.
김대중대통령과 자민련 김종필명예총재, 박태준(朴泰俊)총재를 제외하고 가장 호감이 가는 정치인으로는 이인제 국민신당고문이 17.8%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다음은 △이회창 한나라당명예총재 8.4% △조순(趙淳)한나라당총재 4.1% △박찬종(朴燦鍾)국민신당고문 3.1% △이종찬 대통령직인수위원장 2.5% 등의 순이었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