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정경희/『물려받은 교복이 최고』

  • 입력 1998년 2월 26일 10시 15분


딸 아이가 중학교 배정을 받았다. 최근 배정된 학교에서 배치고사를 보고온 아이의 손에는 여러 회사의 학생복 안내 팜플렛이 들려 있었다. 죽 살펴보고 한곳한곳 전화를 해 봤다. 모두 12만∼15만원대였다. “엄마. 언제 교복 맞추러 가. 무얼로 할까. 내 친구는 로 맞췄대요.” 그날 이후 딸 아이는 교복을 맞추러 가자고 졸랐다. “그래. 토요일쯤 엄마 시간날 때 가보자.” 어차피 한번은 사야하는데 딸이 둘 있는 것도 아니고 비싸지만 새 것으로 준비해 줘야지 하고 생각은 하면서도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었다. 교복을 시작으로 가방 운동화 참고서 값도 만만찮다는데…. 그러던 어느날 아는 사람과 얘기하던 도중 그댁 따님이 고등학교에 입학한다는 말을 들었다. 혹시나 해서 물었다. “중학교는 어디 다녔어요.” “중리 중학교요.” “그래요? 우리 딸도 그 학교에 배정됐는데 그럼 교복좀 주시지 않을래요. 한벌은 사주겠지만 아무래도 두벌을 갖춰 교대로 입으면 3년은 끄떡 없을 것 같은데….” 한벌은 사주고 교대로 입힐 것이라는 점을 굳이 강조하며 말씀드렸더니 주저하지 않고 “그래요. 우리애 교복 아직 새 거예요”라고 한다. 며칠후 내외분이 교복을 가져왔는데 펼쳐보니 생각보다 훨씬 깨끗했다. 세탁까지 했다. 거기다 넥타이 2개, 조끼 하복 체육복 배지까지. 누가 3년동안 입은 옷이라고 할까. 딸아이에게 입혀보니 너무 예쁘고 몸에 꼭 맞았다. 예전에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교복입고 학교도 가고 교회도 가고 친척집도 가고 어디든 교복을 입어야 해서 금방 낡았는데 요즘은 학교에 갔다 오면 사복을 입고 또 옷감이 좋아져서 물빨래를 쓱쓱해도 모양이 변하지 않고 깨끗한가 보다. “란이 교복 사지 않아도 되겠네.” 딸아이는 거울앞에 서서 이리보고 저리보고 제조회사도 살펴보고 하더니 “엄마. 애들이 그러는데 교복은 S회사 것이 최고래. 친구들한테 S회사 걸로 샀다고 해야지”라고 말한다. 딸아이의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교복을 준 분들이 고맙고 선뜻 입기로 작정한 딸아이의 마음이 너무 갸륵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이런데까지도 축복을 내려 주시는구나….” 정경희(대전 대덕구 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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