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통해 되찾은 「이완용땅」, 증손자가 몰래 팔아

  • 입력 1998년 2월 26일 19시 27분


‘매국노의 땅에 아파트가 들어서나.’

구한말 이완용(李完用)의 증손자 윤형(允衡·65·캐나다 거주)씨가 이완용이 친일매국의 대가로 받은 은사금으로 구입한 땅을 소송을 통해 되찾은 뒤 지난해 제삼자에게 팔아넘긴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문제의 땅은 윤형씨가 지난해 7월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에서 승소해 되찾은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545, 546, 608 일대 7백12평. 97년 당시 시가로 3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형씨는 이 땅을 지난해 11월 아파트 재개발업자인 함모씨(58)와 백모씨(44)에게 판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땅에 대한 8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함씨는 26일 이 땅을 사들인 사실을 시인하면서 “얼마에 샀는지는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건축업을 했던 윤형씨는 75년 캐나다로 이민갔다가 91년 귀국한 뒤 17건의 증조부소유지 반환소송을 내 4건을 승소했으며 ‘땅찾기’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자 다시 캐나다로 건너가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복회와 독립유공자유족회 등에서는 “이완용이 매국의 대가로 구입한 땅을 그 후손이 되찾아 팔아넘긴다는 것은 민족정기를 말살하는 일”이라며 “매국노 재산환수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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