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5일 “북풍사건에 대한 다방면의 조사 결과 구여권 의원들이 안기부 고위간부들과 만나 이회창(李會昌)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선거전략의 하나로 북풍공작에 관여한 흔적이 드러났다”며 “이들의 행위가 실정법에 위반될 경우 법적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정당국의 이같은 방침은 정치권에 대한 전반적인 사정으로 이어져 정계개편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종찬 신임안기부장도 4일 북풍조작 사건의 정치권 관련여부에 대해 “그럴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부장은 또 5일 취임사를 통해 “과거의 오류를 과감하게 시정해야 한다”며 “미래를 위해서라도 철저한 과거진단을 통한 자기반성을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정당국은 특히 대선직전 기자회견을 통해 김대중(金大中)후보가 북한고위인사와 연계돼 있다고 주장한 재미교포 윤홍준씨(32)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안기부 이모과장(6급)의 배후에 안기부 고위인사와 한나라당 모의원이 관련돼 있다는 심증을 굳히고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은 또 오익제(吳益濟)씨 편지사건에 대한 안기부 수사기록이 대선 전에 한나라당 모의원에게 고스란히 넘겨진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당국은 이와 함께 한나라당 정재문(鄭在文)의원이 지난해 10월 통일원의 북한주민접촉승인을 받지 않고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북한의 대남공작책임자인 안병수(安炳洙)조평통위원장대리를 만난 사실과 ‘북풍조작’사건의 관련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여권 핵심부는 북풍사건에 대한 수사가 정계개편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사정정국으로 야권을 압박,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구시대 정권의 낡은 행태”라고 강조했다.
〈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