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서울시는 5조원 가량의 부채에다 유례없는 세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면서도 이들 기금을 ‘곳간’에 썩여두고 있어 아까운 돈을 ‘낮잠’ 재우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서울시의회와 시민단체는 이에 따라 방만한 서울시 기금에 대한 대수술을 촉구하고 나섰다.
▼기금현황〓‘98년도 서울시 기금운용계획’에 따르면 서울시가 조성한 기금은 17가지에 총 3조3천4백억원. 설치목적이 비슷한 특별회계(3조4천억원)나 일반회계에서 경직비를 제외한 사업비(3조5천억원)와 비슷한 규모다. 이 중 신청사건립기금 장애인복지기금 여성발전기금 자원회수시설주변지역주민기금 재해대책기금은 조순(趙淳)시장이 취임한 뒤 생겼다.
신청사건립기금의 경우 새 시청건물을 지을 때 드는 목돈을 미리 준비하기 위해 마련했다. 나머지 16개 기금은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조성했지만 이중 10가지는 이자수익보다도 사용실적이 훨씬 적다.
모범음식점에 대한 융자나 위해식품 감시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89년 만든 식품진흥기금 7백10억원 가운데 지금까지 1%도 안되는 6억원만 사용했다. 그나마 1억6천만원은 관리비로 지출한 것. 이자수익은 1백90억원이나 된다.
92년부터 조성한 도시가스 사업기금도 지금까지 1천억원 가량 모였지만 62억원만 사용됐다. 이자수익은 2백50억원이나 된다.
▼중복운영〓시 보건사회국은 63년 재해를 당한 주민에게 생계비와 주택 복구비를 지원하기 위해 재해구호기금을 조성했으나 96년 하수국에서는 비슷한 성격의 재해대책기금을 별도로 만들었다.
지역경제국은 농촌지도자육성기금과 환경보전형농업육성기금을 92년과 95년에 각각 조성했으나 성격도 비슷하고 서울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나 사용실적이 적어 실효성마저 의심케 한다.
서울시의회 양경숙(梁敬淑)의원은 “지방재정법에 따라 기금은 세입 세출예산과 별도로 처리하기 때문에 의회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지 않고 있다”며 “막대한 기금을 금융권에 예치하는 과정에서 리베이트 등 비리의혹이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서울시가 골치아픈 의회심의를 피하기 위해 불필요한 기금을 마구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예산감시위원회를 구성, 운용실태를 감시키로 했다.
〈이진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