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야당가에는 북풍(北風)수사에 이어 정치사정설로 추위를 타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사정기관에서 구여권의 실세 등 수십명의 비리의혹자료를 비밀리에 수집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감사원의 외환위기 및 개인휴대통신(PCS)사업 특감이 마무리단계로 접어들면서 소문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곧 감사원이 특감결과를 검찰에 통보, 비리수사로 이어지면서 4월초의 경제청문회와 함께 ‘사정정국’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 검찰의 북풍사건 수사는 정치권 사정설의 신호탄으로 작용했다. 이와 함께 안기부장 감사원장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 사정기관 총수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측근인사나 특정지역 출신들이 맡으면서 야당의원들의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야당에서는 이종찬 안기부장이 취임 직후 북풍조작과 같은 정치공작의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천명한 뒤 한나라당 정재문(鄭在文) 정형근(鄭亨根)의원 등 3,4명의 북풍연루설이 흘러나온 점을 주시하고 있다.
또 배종렬(裵鍾烈)전한양그룹회장이 최근 검찰 조사를 받은 직후 김윤환(金潤煥)고문을 겨냥한 것이라는 소문이 한나라당 일각에서 나돌기도 했으나 배전회장이 무혐의처리되면서 이런 소문은 다소 수그러졌다. 이와 함께 김대통령을 끊임없이 물고늘어졌던 K의원 등에 대한 내사설도 유포되고 있다.
김대통령이 “과거 비리의 진상은 규명하되 정치보복은 결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를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 눈치다.
신춘정국에 사정한파의 냉기류가 감돌고 있는 이유는 불을 보듯 뻔하다. 새 정부 출범초부터 김종필(金鍾泌)총리 인준문제와 검찰의 북풍사건 수사 등에서 여야가 ‘마주 오는 기관차’처럼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소야대(與小野大)구도’를 깨뜨리지 않고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점을 절실히 깨달은 여권이 정계개편의 동인(動因)으로서 부분적인 정치권 사정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의석 과반수의 힘’으로 맞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먼저 소장파의원들은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의 법사위 출석요구와 탄핵소추 발의를 계속 추진, 선제공격에 나선 지 오래다.
또 북풍사건 수사에 대해서는 국정조사권 발동으로, 경제청문회와 사정수사에 대해서는 DJ비자금과 JP비자금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 등으로 맞불을 놓을 계획이다.
아무튼 여권 일각에서는 국정운영의 정상화를 이유로 정치권 사정과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구호 아래 여권의 공세에 맞설 준비를 갖추고 있다.
이래저래 정치권은 여야의 극한대치로 인한 전운(戰雲)이 상당 기간 감돌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최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