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박석순/비효율적 그린벨트제도 개선을

  • 입력 1998년 3월 11일 07시 51분


70년대부터 지속돼 온 우리 나라의 그린벨트 제도는 도시의 팽창을 막고 환경을 보호하는 나름대로의 역할을 담당해 왔다. 아울러 유사시에 시민과 재산을 보호하려는 군사적 목적과도 잘 부합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국민의 소유권 제한과 같은 여러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그린벨트의 모든 지역이 환경보호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일부 산림지역을 제외하면 그린벨트 지역 대부분은 농지로 이뤄져 축산업이나 근교농업이 행해지고 있다. 집약농업을 주로 하는 이곳에서는 다른곳보다 더 많은 비료나 농약이 사용되고 경우에 따라 토양의 정화한계를 넘어서 하천오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 또 축산폐수도 주요 하천오염원으로 작용한다. 물론 그린벨트 지역이 타지역에 비해 더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의 환경보호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린벨트 지역의 개발제한으로 도시 내부의 산이 달동네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산지가 개발되면 산아래 흐르는 하천의 물이 마르게 된다. 우리나라 대도시 내부의 많은 하천들은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증가와 산지개발에 따른 수량부족,그리고 복개로 인한 자정능력의 감소라는 삼중고로 이제 회생이 불가능한 죽음의 상태에 와 있다. 산은 저수지와 같은 곳이다. 그러나 도시의 수평적 팽창이 제한됨으로 인해 도심지 산은 마치 빗물을 피하기 위해모자를쓴것과 같은 마운틴 캡핑(Mountain Capping)을 곳곳에서 당하게 되었다. 이는 땅과 물을 함께 죽이는 환경파괴적 개발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새롭게 고려해 볼 수 있는 것이 녹지거래제도라 생각한다. 도시내부에 녹지공간을 확보하는 대신 녹지역할을 할 수 없는 그린벨트지역을 환경친화적으로 개발해 활용하는 것이다. 이 제도는 그린벨트 지역의 개발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도시내부의 녹지공간 확보에 사용하는 의미도 갖는다. 우리나라의 대도시와 같이 도시내부에 녹지공간이 부족한 곳에서는 매우 적절한 제도라 생각한다. 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는 적은 규모의 자투리 땅도 녹지거래제도를 통해 도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이제 비효율적인 그린벨트제도는 녹지거래를 통해 도시 곳곳에 ‘녹색의 섬’을 만들어 내는 그린 아일랜드(Green Island)제도로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박석순<이화여대교수·환경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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