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 대사면]국민대화합 강조…법질서 혼란 지적도

  • 입력 1998년 3월 14일 07시 53분


13일 정부가 단행한 사면조치는 새로운 정부 출범을 계기로 국민화합을 위해 ‘엉겁결에’ 범죄자가 된 과실범에게 은전을 베풀고 행정법규를 위반해 겪는 불편을 해소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실제 사면대상자 5백52만7천3백27명 중 △행정법규 과실범이 3만1천5백81명 △징계를 받은 전 현직 공무원이 16만6천3백34명 △운전면허 벌점자가 5백32만5천8백50명으로 전체의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법적으로 가능한 모든 형태의 사면방법을 동원했다.사면대상 법률도 형법 중 실화 업무상과실 과실치사 과실상해 등 과실범과 가정의례법 건축사법 경범죄처벌법 농지법 산림법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86개에 달했다.

이는 93년 김영삼(金泳三)정부의 경축사면 당시 19개 법률, 95년8월의 일반사면 당시 26개 법률에 비하면 파격적으로 많은 편이다.

정부는 특히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사범을 포함시켜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건실하게 경제활동을 하다가 부득이하게 부도내 형사처벌을 받은 경제인들도 경제회복 노력에 동참토록 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정부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사상 최초로 성사시킨 노사정(勞使政)대타협의 정신을 살리는데도 신경을 썼다.

한국합섬 노사분규와 관련돼 복역중인 황영호(黃暎浩)씨 등 노동자 11명을 석방하고 권용목(權容睦)전민노총사무국장 등 재야운동권 인사 3백86명에 대해 형실효 및 복권조치를 취한 것은 대규모 정리해고에 긴장해 있는 노동계를 달래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이번 사면을 실시하면서 각종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과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등 공안사범의 사면범위와 경색된 여소야대 정국에 따른 부담을 놓고 고심했다.

박상천(朴相千)법무부장관은 이와 관련, “한보사건 관련자들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다고 판단해 사면대상에서 제외했다”면서 “국가체제 전복의 위험이 없는 공안사범에 대해서만 과감하게 석방하거나 감형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장관은 8월15일에 추가 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혀 한보비리사건에 연루된 정치인과 선거사범들도 사면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박장관은 “일반사면은 법질서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어 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현 정국에서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일반사면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사면은 통상적인 사면보다 그 규모가 커 결과적으로 법 적용의 형평성을 해친 측면이 크다. 이는 사상 최대라는 규모를 너무 의식한 결과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서울대 법대 이상면(李相冕)교수는 “대대적인 사면은 우리사회 법질서의 후진성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특히 공무원의 경우 임금 등 근무여건을 향상시키고 위법을 엄벌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지 과거의 잘못을 모두 덮어주는 것은 공직사회 분위기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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