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부장급까지는 ‘철밥통’을 보장했던 대기업마저 너도나도 정리해고란 ‘칼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외국회사 일자리가 상종가를 치고 있다. IMF의 암흑이 새로운 밀레니엄의 초입까지 이어진다는 전망이 구직자의 마음속에 퍼질수록 입지가 탄탄한 외국회사 인기가 치솟는다.
외국회사 취업을 알선하는 인력 컨설팅업체엔 요즘 하루에 1백통이 넘는 ‘레수메(구직이력서)’가 쏟아진다. 채용규모의 거의 열배 수준. 지난해 10월 이후 채용규모가 크게 줄었다가 신정부 출범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다. 인력 컨설팅업체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기존 외국회사 인력수요까지 감안하면 외국회사 문이 바늘구멍만은 아니라는 게 컨설팅업체의 설명. 환율상승으로 국내 인력의 달러 대비 인건비가 헐해지면서 최근엔 해외취업을 알선하는 업체도 생겨났다.
외국회사 문을 두드리는 데 학벌과 학력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업무성격에 맞는 경력과 영어실력이 관건이다. 휴먼서치 윤정화(尹汀華·34)전문위원은 “번듯한 학력을 갖추고 고급직종에 몸담았던 사람일수록 스스로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권하는 ‘외국회사 공략의 ABC’.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라〓외국회사는 따로 직능교육을 시키지 않는 게 보통. 구직자에게 당장 어떤 업무를 맡길 수 있는가를 중요시한다. 따라서 제로베이스에서 자신이 어느 분야에 가장 정통하고 숙달돼있는가를 파악해야 한다. ‘업무능력 분석’이 되어 있지 않은 채 면접에 나서는 것은 시간낭비다.
▼셀링포인트를 찾아라〓자신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기법을 개발한다. 자신을 채용할 경우 해당 회사에 어떤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식의 적극성이 필요하다. 외국회사나 외국생활 경험, MBA수료 등의 객관적 증거와 경력도 잘 확보해두면 취업은 물론 연봉협상에도 유리하다.
▼토플점수는 아무 필요없다〓토익 토플점수 등은 기초자료에 불과하다. 실제 함께 일하면서 큰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회화실력이 필요하다. 상대의 질문에 단어 한두개로 답하는 수준을 넘어 생각하는 바를 문장으로 만들어 표현할 정도는 돼야 한다. 매니저급 취업을 희망한다면 상대를 설득할 정도의 회화실력이 요구된다.
▼이런 외국회사는 조심하자〓외국회사에도 옥석(玉石)이 있게 마련. 영업보고서나 회사소개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는 회사는 일단 의심해볼 만하다. 호텔 같은 데서 명함 한장만 달랑 주면서 면접하는 회사도 마찬가지. 인터넷 홈페이지로 회사실정을 파악하는 것도 한 방법.
▼전문 알선업체를 찾아간다〓외국회사 취업은 △아는 사람 소개 △공채 △인력컨설팅업체의 중개로 이뤄진다. 관심은 있지만 아직 업무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구직자는 전문 컨설팅업체를 찾아가 진로를 설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박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