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노조가 먼저 10%의 임금인상안을 제시하고 회사측이 이에 대해 수정안을 내놓는 식으로 협상을 벌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IMF 체제이후 노사관계에 새로운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노(勞)의 선공―사(使)의 방어’로 이뤄지던 노사협상 패턴이 바뀌고 있는 것. 노조가 회사측에 임금협상안 제시를 요구하고 노측이 이를 받아 협상을 벌이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한 기업의 노사담당 임원은 “올해는 노조가 사측에 임금인상안을 거의 일임, 임금협상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며 “당분간 노조가 힘을 쓰기 어려운 게 노동현실”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노사 관계의 역전은 임금인상률 결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16일 현재 임금협상이 타결된 곳은 전국 5천4백71개 사업장 중 2백73곳. 이중 작년에 비해 하향조정되거나 동결된 곳이 2백60곳. 무려 96%로 작년 같은 기간의 5%선에 비해 훨씬 높아졌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측은 “상당수 사업장에서 노조가 거의 자기 역할을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