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곰곰이 질적 모습을 따져 보면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하다. 그중에서도 학교 행사는 구태의연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0년전 방식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옛것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지면 행사 내용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초등학교 운동회를 보자. 청백군으로 나뉘어져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하고 소리치는 모습들. 정규수업 시간까지 빼앗아 무용이나 매스게임 연습에 열을 올리지만 운동회날은 내빈들을 위한 잔치로 그치고 만다. 정말로 아이들이 보람을 느끼고 신나는 행사는 없을까.
수학여행은 또 어떤가. 학년 전체 학생들이 버스를 전세내 며칠씩 돌아다니며 열명이 넘는 인원이 한 방에 들어가 새우잠을 자고 명승지 몇군데 둘러보고 오는게 고작이다. 일부 학교에서 시행하고 있듯이 한 반씩 돌아다니고 숙박도 야영이나 콘도를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봄 직하다.
여행의 주제도 수집 조사 및 탐사 체험수련 봉사 등 다채롭게 꾸며 학생들이 택일하도록 해야 한다. 낚시 나물캐기 밤따기 식물채집 강탐사 봉사활동 등 아이템은 얼마든지 있다.
대개의 학교에선 월요일 아침마다 애국조회란 행사를 갖는다.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오와 열을 맞추어 도열해 서서 교장선생님의 훈화를 듣는 시간이다. “차렷! 교장선생님께 경례.” 학생 대표가 앞에 서서 붙이는 구령은 군부대의 사열행사 같기만 하다. 통제 교육, 획일 교육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생각이 든다.
농사를 짓던 시절에는 자연을 잘아는 사람이 최고였고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산업시대에는 기계를 잘 다루는 사람이 성공했다.
그런데 물질이 아니라 정보가 지배하는 시대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진 사람이 중요한 일을 해낼 수 있다. 생각하는 사람, 아이디어를 요구하는 지금의 사회에서 한줄 세우기 교육은 곤란하다.
남재섭(안동 영명학교 교사)